10년만 해보자. 그러면

방송 3년 차, 10년의 가치를 배우다

by 한 사람의 깊이

방송 제작 일을 시작한 지 3년쯤 되었을 때였다.
분명 내가 원해서 시작한 길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자꾸 마음을 흔들었다.


그때 나는 한 농촌 마을로 촬영을 갔다.

그곳에서 만난 분은 직접 도서관을 만든 농부였다.
트럭에 책을 실어 마을을 돌아다니다

집을 지으면서 작은 도서관을 마련해

농촌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전하는 분이었다.
농사일 틈틈이 도서관을 운영하며
최근엔 농약사와 함께 새로운 일도 시작하고 계셨다.

너무 바쁘고 고단한 나날일 텐데,

오히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앞날이 불안하지 않으세요?”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보자고 생각해요.
10년을 해보면, 안 보이던 길도 보여요.”


그 말이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불안에 흔들리던 내게

단단하게 다져진 시간이 무엇을 만들어내는지를
조용히 알려주는 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어느새 30년 가까이 방송 제작 현장을 지켜왔다.
중간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도 했고,
지역 문화 사업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 모든 도전과 변화의 바탕엔
오랜 시간 콘텐츠를 만들며 몸으로 익힌 감각과 흐름,
그리고 사람을 향한 시선이 있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편집, 글쓰기, 콘텐츠 제작까지
몇 번의 클릭으로 가능해졌다.
버튼 하나로 요약되고, 자동으로 편집되며,
며칠 만에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걸 본다.

그래서일까?
시간을 들여 한 가지를 익히는 일이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진다.

수련의 시간 없이 손에 쥐어지는 결과는
쉽게 얻는 만큼 쉽게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천천히 익히고, 오래 부딪혀 온 것은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깊이로 남는다.


변화의 속도에 주눅 들지 말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천천히 축적해보는 것.
그 과정에서 얻은 감각과 단단함은 결국 당신만의 자산이 될 것이다.


누구나 처음은 흔들린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멈춰 서서 돌아봐도 괜찮다.
중요한 건 완벽함보다 ‘계속 해보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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