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그 당시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모든 것이 멈췄다.
사람도, 일도, 약속도.
나는 지역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외부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었다.
A복지재단의 기금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거리 두기와 대면 금지로 인해 사업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이번에도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동안 수많은 사업들이 같은 이유로 중단됐고,
대부분의 기관들은 사업 변경보다는 반납을 선택했기에
이번 역시 그러려니, 자연스럽게 정리 수순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하던 단체 직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조용히 전화를 받았고,
나는 우연히 옆에서 그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지금이 오히려 복지사업이 더 필요한 시기 아닌가요?
상황에 맞게 다시 기획해 보면 좋겠어요.”
A복지재단의 지역사업 담당자였다.
그의 말은 조심스럽지만 확고했다.
누구보다 지역 현실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꿰뚫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우리는 ‘못 한다’는 이유를 너무 쉽게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말은 마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창밖으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결국 우리는 방향을 바꿨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지역에 맞게 새롭게 기획해 보자고.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짧고도 명확했다.
“요즘 이 시간이 제일 좋아요.”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보다,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더 오래 남았다.
그 담당자의 제안이 없었다면,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돕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던 그때,
누군가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덕분에,
작은 변화는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