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이 Oct 25. 2024

예뻐서 걱정이다

어찌 보내누.

오늘도 내게 주어진 숙제, 댕댕이들 산책시키기. 그래도 다행히 요즘 날씨가 좋아서 아주 많이 귀찮지는 않다.

늦은 아침을 먹고 별이와 알리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발걸음에 맞춰 나뭇잎이 바스락거리고, 따스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평화로웠다. 얼마쯤 걸었을까, 천천히 보조장치를 밀며 걸어오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별이를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시더니, 잔잔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하얀놈, 그거. 참 예쁘네… 예뻐서 어찌 보내누.”



무슨 뜻인지 몰라 할머니를 바라보았는데,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울컥'을 봤다.

눈가에 맺힌 눈물과 담담한 한숨 속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유를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할머니가 말하지 않은 그 마음을,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토토와의 시간 속에서 이별이란 단어를 애써 외면했던 걸 기억하기에, 그녀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언젠가 보내야 할 날이 온다는 걸 알고도, 그 사랑스러운 존재와의 이별을 막연히 외면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 예쁨을 알아서 더 막막하고 무겁기만 한 감정이 전해졌다.


토토가 있을 때, 나도 물론 모두의 삶이 유한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선, 토토만은 예외라고 여기며 이별은 언제나 논외였다. 그러니 그렇게 예쁜 토토를 떠나보내고 내가 멀쩡 할 리 없었다. 녀석의 빈자리가 깊이 아리고, 사랑했던 존재와의 이별이 얼마나 큰 파동을 남기는지,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별이와 알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을 다잡는다. 사실 너희는 언제나 내가 너무 사랑했던 토토 덕에(?) 2순위, 3순위로 밀려있었지. 인정할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미안했어.

하지만 이제는 너희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이 소중함이 결코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너희와의 시간을 더 많이 마음에 담아둘게. 오늘 집에 가면 간식도 듬뿍 챙겨주고, 오늘은 기분이다, 산책 한 번 더 나가자.

함께 했던 작년 가을, 왼쪽부터 알리, 토토, 그리고 하얀놈 별이.


이전 12화 괜찮은 게 불편한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