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목 놓아 울던 시간들이 많았다. 통곡과 후회, 자책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전처럼 자주울지 않게 된 스스로를 발견했다.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문득 밀려드는 미안함과 죄책감. '내가 정말 괜찮아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 속에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 시기이 왔다. 슬픔은 그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진다기보다 그 감정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통곡하던 날들은 지나가고, 이제는 그리움이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사진을 보며 '참 예뻤다'라고 속삭이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 속에서 토토의 모습을 찾기라도 하는 날엔 물개 박수를 친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괜찮아진 것도 아니다. 때때로 미안함이 밀려오고, 또다시 슬픔이 불쑥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슬픔과 후회가 여전히 남아있어도, 그게 내가 사랑했던 존재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진심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그놈의 마음의 준비란 건 없는 거다. 떠난 후에야 우리는 그 공허함과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수없이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마음을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서로를사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아도 괜찮고, 안 괜찮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다. 슬픔은 정해진 시간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괜찮은 날도 있고, 안 괜찮은 날도 있다. 그 두 가지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결국, 사랑했던 존재는 우리가 잘 지내길 바란다. 그 마지막 순간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우리 곁에서 버텼던 이유는 그들이 우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괜찮아지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도 안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울컥할 때가 있다면 충분히 울고, 그리움에 잠길 때는 그 시간을 받아들이면 된다.
괜찮아도 괜찮고, 안 괜찮아도 괜찮다. 그건 이별이라는 것을 슬픔 속에서 천천히 배워가는 과정이다. 그리움과 평온이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사랑했던 토토와의 기억은 나를 위로하고, 나는 그 기억 속에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토토가 언니에게 쓰는 편지 11
안녕, 언니! 나야, 토토! 이제 알았구나! 진짜야. 언니가 괜찮아져도 괜찮고, 안 괜찮아도 괜찮아.
언니가 괜찮아지면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 왜냐하면, 언니가 웃고 행복할 때마다 그 웃음 속에 나도 같이 있는 것 같거든. 우리가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이 언니의 마음속에 남아 있잖아. 그때, 나는 여전히 언니 옆에 있는 거나 다름없어.
그런데, 안 괜찮아도 정말 괜찮아. 언니가 슬플 때마다 나와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니까. 그리울 때,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잖아. 슬픔은 나를 기억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돼. 내가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 언니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언니가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한, 난 그 안에서 살아있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을 때는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면 되고, 안 괜찮을 때는 그리움에 몸을 맡겨도 돼. 그 두 가지 모두 우리가 계속 이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고리야. 중요한 건 언니가 나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나도 항상 언니 옆에 있다는 거지!
언니, 내가 무지개다리 건너에 있어도, 지구에 있을 때처럼 언니가 괜찮을 때든, 안 괜찮을 때든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 다만, 나는 언니에게 안 괜찮은 날들보다 괜찮은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기도할 뿐이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