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나라가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겠지? 너 없는 이 세상에 나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 처음엔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슬픔이 밀려오더니, 그 뒤엔 무력감과 허무함이 뒤따랐어. 그러다 덤덤함이 찾아오더라. 그리고 그 덤덤함마저 나중엔 죄책감으로 변하기도 했지. 요즘은 대부분 괜찮은 하루를 보내지만, 불쑥 눈물이 터져 나올 때가 있어. 하지만 이제는 애써 참지 않고 그냥 울어버려. 그렇게 하루 이틀 버티다보니 안 괜찮은 날보다 괜찮은 날이 더 많아졌어. 진짜 괜찮은 거겠지?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날, 우리 둘 다 ‘왜?’라는 질문을 했을 것 같아. 사실 나는 '왜'를 평생 끌어안고 살아왔어. '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부터 시작해서 '내 존재의 이유는 뭘까?'까지. 사실 그 모든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지. 어쩌면 그 ‘왜’를 찾는 게 인생의 커다란 퀘스트 같은 걸지도 모르겠어. 그 끝자락엔 답이 있긴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어. 너의 존재 이유만큼은 이제 너무도 분명해졌거든. 너는 나에게 사랑이 뭔지를 가르쳐 주려고 온 거였어. 그런데, 이 녀석아, 사랑을 알려줄 거면 이별도 가르쳐 줘야지. 이게 얼마나 외롭고, 아픈 일인지, 얼마나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지, 너는 알기나 할까?
너를 잃은 이 상실감과 슬픔이 내 안에 아주 오랫동안 머문다 해도, 그게 너와 나의 이별의 일부라면 나는 그냥 이 모든 것을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뭐 사실 그거 아니곤 딱히 뾰족한 수도 없긴 해.
네가 나에게 가르쳐 준 사랑을, 네가 남긴 따스한 기억을 마음에 품고, 부디 내가 견딘 이 모든 시간들이 너에게도 자랑이 되길 바라면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볼게.
아직도 너를 위한 나의 순간 순간의 선택들이 다 옳았다는 확신이야 없다만 내가 너를 사랑했다는 것만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진리만큼이나 자명하다.
잘 있어, 김토토. 나도 잘 지낼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그때는,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
언니야, 나 토토야! 여기 무지개 나라에선 시간이 참 천천히 흘러. 언니가 보내는 마음들이 구름을 타고 날아오는 게 느껴질땐 그 구름을 꼭 안아보기도 해. 그러면 어쩐지 언니가 나를 꼭 안아주던 그 따뜻한 느낌이 들거든.
여긴 정말 신기한 곳이야! 아침이면 하늘이 온통 무지갯빛으로 물들고, 햇살이 포근하게 내 몸을 감싸주지. 늘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야. 내가 좋아하던 풀밭도 얼마나 넓은지 매일매일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어! 게다가 여기는 진드기 같은 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 이제 내 걱정은 넣어두고 언니의 삶을 살아. 나 때문에 포기했던 많은 기회들과 시간들을 다시 되찾아서 언니답게 멋지게 살자.
여기서 언니가 눈물 흘리는 거 보인다는 거, 몰랐지?그럴 때마다 나도 마음 한구석이 아려와. 하지만 언니가 웃으며 나를 떠올릴 때면 내 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 그런 날엔 친구들이 “너네 언니 오늘 기분 좋은가 보네! 참 좋겠다, 부럽다!” 하고 한마디씩 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웃고 행복해하는 게, 우리한테는 제일 큰 기쁨이거든.
여기서는 눈물은 무지갯빛에 빠르게 스며들어 사라지는데, 웃음은 아주아주 오래오래 맴도는 것 같아. 그러니 언니도 나를 떠올릴 때 행복했던 기억들이 먼저, 더 많이 떠오르면 좋겠어. 기억해 줘, 나 김토토는 언니에게 세상 듬뿍 사랑과 행복을 주고 간 존재라는 거! 그러니까 언니는 슬픔이 아닌 행복으로 나를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미션을 가지고 있다는 걸 꼭 잊지 마.
아주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이 오면 언니랑 나눌 이야기를 잔뜩 준비해 둘게. 언니도 나 만날 준비 잘 하고 있어야 해.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만큼, 그 모든 순간을 한꺼번에 채워 넣듯이 함께 웃고, 함께 달리면서 신나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