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밥 벌어먹기에 애들 산책도 자주 못 시켰던 내가 수제간식(우유 껌)을 직접 해먹일 날이 올 줄이야. 세 놈 중 두 놈이 벌써 13살을 넘겨버렸으니 이제라도 진짜 건강한 것을 먹여봐야겠단 생각이 번뜩 들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실제로 간식을 맛보기까지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꽤 필요하다. 수제간식이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지 직접 만들어 본 후에야 이해가 된다.
약 한 달가량 직접 만든 간식을 먹여보니 아래와 같은 변화가 있었다.
1. 체중조절 효과가 있다. 2. 똥을 예쁘게 싼다. 냄새도 거의 없다. 3. 입냄새가 안 난다.
이래서 귀찮아도 계속 만들어주게 된다.
그래서, 간식(우유 껌) 만들어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한천가루 -락토프리 우유 -기타 섞어주고 싶은 것들 -냄비 -식품건조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우유 큰 팩 하나 기준으로 한천가루 20g이라느니 30g이라느니.. 하지만.. 나는 계량컵도 없고 하니 그냥 대충 눈짐작으로 때려 넣는다.
물과 한천가루를 섞어주다가 잠시 방치해둔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팥 없는 양갱처럼 뭉쳐진다.
이제 냄비에 락토프리 우유를 넣고 저어주며 끓이다 불린 한천가루를 우유에 섞으며 더 끓인다. 그러다 더 추가해 주고 싶은 재료를 추가하고 좀 걸쭉해졌다 싶으면 불을 끈다.
그리고 아래에 같이 용기에 나눠 담아 냉동실에 2-3시간 정도 넣어둔다.
바나나(바나나 3개 으깨 넣었다)
브로콜리와 당근(둘 다 살짝 삶아 믹서에 갈았다)
단호박+고구마(둘 다 삶아서 으깨 넣었다)
소간 파우더(그냥 파우더 투척)
냉동실에서 2-3시간 후 꺼내보면 아래 사진처럼 탱탱한 푸딩으로 변해있다. 마치 대왕 분홍 소시지 같지만 저건 당근 우유 껌이 될 녀석이다.
이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건조기에 넣는다. 단, 건조되면서 정말 많이 작아지니까 실제 급여할 크기보다 더 크게 잘라야 한다.
물론 저 푸딩 상태로 줘도 없어서 못 먹는다.
소간 파우더
바나나
당근
브로콜리
단호박+고구마
시금치 파우더+소간 파우더
건조기에 75도 이상으로 세팅해두고 방치하다 가끔 뒤집어준다. 언뜻 봐도 어떤 걸 뒤집어야 할지 알 수 있다.
얼마나 오래 건조해야 할까?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원하는 딱딱함의 정도가 나오면 그만둔다. 보통 아침에 건조기 돌리고 출근했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80%는 완성되어있다. 대략 10-1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물론 두께 그리고 건조기 온도 및 사양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 이제 완성! 개린이 들 시식 하시고~ 일부는 지인 선물용 그리고 나머지는 냉동 실행!
주인 잘 만났지?
Tip
*나도 다 하나씩 먹어봤는데 단호박 고구마 우유 껌은 진짜 맛있다. 강추!
*냉동실에 넣으면 어차피 더 단단해진다. 적당히 마르면 그만두는 것도 괜찮다. 나는 노견 두 마리가 있어 아주 딱딱한 정도까지는 말리지 않는다.
*냄비는 참.. 설거지하기 힘들다. 바로 닦지 말고 식으면 숟가락으로 긁어낼 수 있으니 긁어서 사료에 섞어주면 밥을 싹싹 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