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남편 나이 서른둘.
그 나이답게 남편의 모임이 잦았다.
물론 나도 친구들을 만나곤 했지만,
“신혼인데 너무 자주 나가는 거 아냐?”
같은 말은 꺼내본 적 없다.
서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혼자 있는 그 시간이 꽤 좋았다.
퇴근길, 마트에 들러
바지락 한 봉지 사 와 조개술찜을 만들고,
소주잔 하나 꺼내어 TV 앞에 앉는다.
좋아하던 드라마에 몰입하며 크으,
소주 한 잔, 캬.
그게 내가 기다리던 하루의 끝이었다.
남편의 회식이 잡혀있던 어느 날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내내 혼자 즐길 저녁이 기다렸다.
유난히 사케가 땡기던 어느 날,
남동생에게 부탁해 사케를 문 앞까지 배달시켰다.
(2016년도 / 퇴근 후 김치전과 사케)
퇴근 후, 조용히 박스를 열고
혼자만의 '의식' 같은 밤을 맞이했다.
좋아하는 안주,
매년 챙겨보는 영화,
그리고 술 한 잔.
단순한 혼술이 아니라
그건 나를 위한, 아주 충실한 충전이었다.
나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고, 혼자 여행도 잘 다녔다.
누군가와 어울리는 시간도 물론 좋아하지만,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사람들과 수다를 못 떨면
카톡이라도 주고받아야 하고,
집이 아닌 바깥에 있어야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지만,
그 에너지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가끔은 이렇게 혼자 숨을 고를 시간이 꼭 필요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가장 나다웠다.
그래서였을까.
남편이 출장이 없는 직군이라는 게 참 아쉬웠다.
지금도 여전히 투덜댄다.
“왜 그 직업은 출장이 없는 거야?”
이건 아이가 초등학생이기에 편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아이가 아기였을 때부터,
독박육아를 각오하고서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처음 남편은 꽤 서운해했지만,
이제는 본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완전히 인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친구랑 여행 가면 안 돼?”,
“혼술을 위험하지 않아?”와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나 오늘 나와의 망년회야!"라고 하면
"ㅋㅋ 알겠어"라는 답장을 보내온다.
1년에 두 번은 혼자 여행을 떠난다.
셀카봉 하나, 보조 배터리 하나면 충분하다.
누가 찍어준 것처럼 사진을 찍고,
혼자 맛집을 탐방한다.
낮엔 걸어 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밤엔 조용히 술 한 잔.
직장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나에게
그건 일종의 ‘회복탄력성’ 같은 시간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다.
마음이 정돈되고, 생각이 정리된다.
그리고 이 시간은 진심 어린 리액션처럼
내 삶에 꼭 필요한 시간이다.
반전이라면 그런 내가…
스물여섯에 결혼을 했다는 것.
혼자를 그토록 사랑하는 내가
이른 나이에 누군가와 함께 사는 선택을 했다는 것.
그래서 어느 날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물었다.
“나, 그냥 혼자 살았어야 했을까?”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너는 어떻게든 결혼했을 거야.”
나도 그 말에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다. 하하.
사람도 좋아하고, 혼자도 좋아하는 나는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있어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