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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가 주는 메시지

by 초희



"엄마, 오늘은 누구 만나요?"


어느 날은 외출 준비를 하는 내게 아이가 물었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안 놀고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대답하자,


"혼술? 재밌게 놀다 와!"


전혀 낯설지 않은 반응 그리고 자연스러운 말투

'혼술'이라는 단어도 웃겼지만 쿨한 인사에 흐뭇함을 안고 집을 나섰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가장 가깝게는 남편으로부터

“아이랑 같이 있어줘야지. 왜 혼자 있고 싶어 해?”라는 잔소리를 듣는 엄마들을 본 적 있다.

육아로부터 지친 엄마의 고요의 욕구마저 죄책감으로 느껴지게 하는 말들


나는 다행히도(?) 남편과 1주일에 한 번, 퇴근 후 '자유'를 갖는다.


아이의 인사대로 '혼술'을 하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난 이런 시간 글도 쓰고, 공부를 하고, 부업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엄마도 엄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단 사실을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솔직히 말해왔다.


“엄마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엄마, 오늘은 혼자 좀 쉴게.”

그럴 때 아이는 늘 “응 알겠어.”라고 대답했다.

'맞아,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지!'라고 깨닫는 눈빛으로. 그게 나는 늘 고마웠다.



언젠가 다똥이가 물었다.

“엄마는 왜 혼자 노는 거 좋아해?”

나는 대답했다.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거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이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아이도 어느 정도는 아는 것 같다.

혼자인 시간을 잘 보낼 줄 아는 힘,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나는 혼자 여행도 간다.

혼자 밥도 잘 먹고, 혼자 사진도 잘 찍고,

밤이면 숙소에서 드라마를 보며 혼자만의 파티를 연다.

그런 나를 보며 다똥이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 엄마 요즘 너무 이모들이랑 놀았어,

오늘은 혼자 놀다 와!”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언젠가 아이가 혼자 급식을 먹게 되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 사이에선 혼자된 듯 외톨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단지 외로움으로만 다가가지 않기를 바란다.

“혼자인 것도 괜찮다”는 감정이,

어릴 때부터 몸에 자연스럽게 새겨져 있다면

혼자라는 상태가 큰 결핍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될 테니까.



나는 아이에게 ‘같이 있어주는 엄마’도 되지만,

‘혼자 있어도 괜찮은 엄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아이에게도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어.'

'혼자 있어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

'혼자 있다고 외로운 건 아니야'

그 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의 일상 속에서, 엄마의 모습으로 전해진다면

그것도 하나의 교육 아닐까?



혼자인 시간을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딸.

나는 이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도 좋고

혼자 있는 것도 좋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누구와 있어도 ‘자기 자신’ 일 수 있는 사람.

혼자인 순간조차도 낯설지 않은 사람.

아이가 그렇게 자라난다면 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여전히 잠시 혼자가 된다.

그리고 다시, 건강한 엄마가 되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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