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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Sep 11. 2022

김여사 이야기



환갑을 훌쩍 넘긴 어느날

김여사는 고향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지인이 희미해져가는 기억 속의 이름을 꺼냈다.

건강이 악화되어 귀향한 남자가 그녀를 꼭 한 번 보고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희미한 기억을 드문드문 짚어가며 병문안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이 늙었지만 그들은 오랜 기억 속의 서로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꼭꼭 힘주어 말했다.

"너는 나의 소녀 그대로구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김여사는 불룩불룩 넘치는 뱃살을 가리고 서서 너털웃음 지었지만

저도 모르게 얼굴 붉혔다. 

뜻밖의 고백을 남긴 채 그는 세상을 떠났다.     

뜻밖의 고백과 이별 뒤에 

김여사는 비로소 지는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는 풍경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빛살들의 사연이

석양을 타오르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중에 첫사랑의 맹목을 장착한 빛살 하나가 자신에게 잠시 와 닿았음을

그로 인해

지친 삶에서 걸어 나와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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