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의 계절 03화

행복한 고양이

by 김사과

늦여름의 햇살은 무척이나 반짝였다. 보이는 모든 사물이 빛으로 인해 눈부셨다. 빛은 너무나 강렬했지만 공기는 점점 서늘해지는 낮 5시쯤, 골목 입구에 들어서다 멈칫하고 섰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골목 가운데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는 날씬한 고양이의 그림자가 길게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다가가지 못하고, 고양이도 움직이지 않는 채 서로를 응시했다.


“잠깐! 낯선 인간, 다가오지 마라냥.”

“우리 몇 번 봤잖아. 지나가기만 할게.”

“서로 거리를 두고 지킬 건 지켜라 옹.”


고양이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 아래로 들어가 웅크린다.


나는 천천히 자동차 옆을 걸어간다. 고양이는 뜨겁게 달궈진 차아래 숨어서 낯선 인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생각해 보니 꽤나 자주 본 사이에 골목 고양이는 볼 때마다 모른 척이다.


주인은 있는 걸까? 그냥 버려진 길고양이 일까?

나는 녀석을 자주 보았다. 보는 곳은 그렇게 골목 한가운데이거나 앞집의 담을 조용히 걸어가는 모습이다.



한 뼘도 안 되는 담벼락의 좁은 돌 위를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었다. 골목으로 들어서다가 담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와 마주치면 나는 ‘안녕!’하고 인사한다.


“언제 봤다고 친한 척? 가던 길 가라냥.”


무뚝뚝한 고양이는 높은 담에서 휙 뛰어내려 또 자동차 아래로 걸어 들어가 숨는다. ‘야옹’하고 한 번은 아는 척해주면 좋으련만 골목 고양이는 도도하고 냉정하다.



한 번은 3층 집 난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위험할 정도로 높은 난간에 배를 깔고 여왕처럼 내려다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런데 고양이는 도망가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사진을 찍으라고 바라봐준다.


“넌 왜 항상 그런 데서 쉬는 거야?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만 골라서.”


“당신은 왜 항상 혼자 있냥?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만 고르냥?”


집 앞 골목에는 친구 같은 낯선 고양이가 살고 있다. 이 고양이는 냥집사가 있는 걸까? 밥은 먹고사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걸까? 볼 때마다 궁금하다. 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에 나는 골목 고양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가도 츄르를 하나 사볼까, 고민한다.



그러다 또 다른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동네 빵집 앞에서였다. 세일하는 빵을 진열하는 진열대 위에 잿빛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들어 있었다. 비가 오니 빵을 내놓지 못한 빈 진열대, 그 위에서 고양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도 아직 어린 고양이는 깨지 않았다.


그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빗소리를 들으며 빵 냄새를 맡으며 자는 잠은 얼마나 달콤할까? 이게 행복이겠지?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는 믿음.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잠에서 깨면 맛있는 먹이가 있기에 찾으러 빗속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비 오는 골목을 들어서자 마자 나는 주차된 차 밑을 내려다보았다. 혹시라도 골목 고양이가 비를 피해 숨었나 보았다. 없었다. 어디서 비를 피하고는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집으로 걸어가는 내 등 뒤로 도도하고 냉정한 골목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행복은 각자 느끼는 거다 냥
나는 차 밑에서 담장 위에서 행복하다 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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