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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Feb 05. 2024

프롤로그/ 섬의 아침

(1) 연재소설

웨에에에엥웨에에엥


아침 7시가 조금 지났을 때, 마을 방송이 나오는 확성기에서 10초 정도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이 울리면 집집마다 굳게 닫아두었던 문을 열고 나와, 마당이나 근처의 포장도로를 살핀다. 몇몇 길, 해수욕장으로 난 길이나 선착장으로 가는 길 같은 경우는 서로 돌아가며 확인한다. 오래된 규칙이다.


이번 주 대사리 해변으로 가는 길 담당은 은채 네 집이었다. 원래는 은채와 은채 아버지가 길을 살펴야 했는데, 아버지가 새벽에 배를 몰고 나가는 바람에 혼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창고에서 꺼낸 긴 집게와 빨간 고무통을 든 은채는 논 사잇길을 터덜터덜 걷다가 잠시 멈췄다.


“오늘도 덥겠네.”


안개가 쓸고 간 논 사잇길은 아침인데도 공기 입자들이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잠시 잠깐 달궈진 땅은 떨어진 생선 조각을 몇 초 만에 말려버릴 것처럼 뜨거웠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의 언덕을 보았다.


이끼와 넝쿨이 빽빽한 숲은 대낮에도 어두웠고, 그 안으로 안개의 꼬리가 조금씩 숨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왼쪽의 논을 보았다. 숲과 다르지 않은 초록의 벼들 사이사이로 물풀이 가득하고, 곤충의 애벌레들이 꿈틀댔다.




은채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시 길을 걸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논길이었다. 사람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멀리 파도 소리뿐이었다. 밤새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을 길, 그 한가운데에서 오랜만에 그것을 보았다.


이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은 꼭 보게 되는 것. 여름, 이른 아침이면 바다에서 피어난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올라 와 산 위로 사라질 때 꼭 한 개 이상은 떨구고 가는 것. 교회의 문 앞에 우물 옆에 해변의 고운 모래 위에. 때로는 오동나무의 나뭇가지 위에 남아있는 것.

그때마다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진봉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안개가 데려온다.


은채는 아스팔트 길 가운데에 떨어져 있는 그 생물체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직 알 수 없기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집게로 쿡쿡 찔러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햇빛 아래 생물체는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다. 특히 입에서 나온 30cm 정도의 얇은 혀는 이미 수분을 잃고 땅에 달라붙은 듯했다. 집게로 혀를 긁어 뜯어내자 보랏빛의 혀가 투두둑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에서 떨어졌다. 집게를 더 집어넣어, 입이 벌어지고 눈이 튀어나온 머리를 뜯어낸 후, 앞다리가 있는 배부분까지 뜯어내려고 머리를 잡아 올렸다. 그런데 목이 꺾이자 벌어진 입에서 먹다 남은 찌꺼기로 보이는 것이 툭 떨어졌다. 은채는 조금 더 다가가 몸을 숙여 자세히 보았다.




생물체의 입에서 반짝이는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손톱이 초록색으로 변한 여자의 손가락 한 마디였다.     


1분쯤 서서 죽은 생물체와 그보다 더 전에 죽었을 여자의 손가락을 바라보던 은채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프레임 안에 생물체와 손가락과 초록색 손톱이 잘 보이도록 담아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확인한 은채는 머릿속에 저장된 번호를 천천히 눌렀다. 통화연결음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흘렀다.


“안녕하십니까? 유튜브 채널, 다 털어준다의 안정태입니다. 구독자 98만 다 털어준다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후원 계좌는 …“


은채는 아직 그대로인 번호를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런 다음 빨간 고무통에 잘린 손가락과 생물체를 밀어 넣고 계속 걸었다.


오늘 아빠 몫까지 그녀가 확인해야 하는 길은 대사리 해변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자갈로 된 해변이 가까워지자, 돌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더 커졌다. 해변에 서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 늘 의문이었다.


이 소리는 바다의 비명일까? 자갈의 비명일까?


황은채는 항상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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