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산문집, 그 일곱번째 이야기
10월 이맘때쯤에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새벽의 온도가 있다. 고시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됐을 무렵에 느꼈던, 그리고 첫 회사에 입사해 회사 골방에서 지내는 지금도 이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새벽 6시, 이상하게 10월이면 이 시간에 눈이 자주 떠졌다. 그럼 나는 밤새 차가워진 공기와 대비되는 포근한 이불 속의 온기를 느끼며 혼자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마치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적막이 느껴졌고, 동시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곧이어 나는 이상하게도 온전함을 느꼈다. 그건 아마 혼자 몸을 뉘이고 잘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온 편안함이었을 것이다. 그건 내가 처음 가져보는 나만의 방이었으니까. 비록 좁디좁은 고시원이었지만 마음만은 묘하게 만족스럽고 편했다. 고시원에 들어가던 첫 날, 본가에서 짐을 싸고 마지막 샤워를 하며 아주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새벽 6시 고시원의 공기는 그 울음이 무색할 정도로 날 차분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만들어줬다.
다시 가을이 왔다. 10월의 새벽공기가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을 불러온다.
어려웠던 그 시절의 회색빛 기억에 점차 선명한 색감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