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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May 23. 2022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인 러브


     

  칼을 빼들어 자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불멸의 로맨스 영화가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 영화는 1968년에 제작되었다.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나이에 무슨 로맨스 영화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지도 모르게 몰입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올리비아 핫세 이야기를 한다. 그녀를 이야기할 때도 줄리엣을 빼놓고 논할 수가 없다. 줄리엣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도 전 세계 남성을 매료시킨 올리비아 핫세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녀가 줄리엣 역에서 얼마나 싱그럽고 탱글탱글한지. 일흔이 넘는 올리비아 핫세는 영화 속에서 고작 14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이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바빌로니아 미남 미녀인 둘은 이웃에 살고 있었는데 양가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어서 벽을 두고 사랑을 나누게 된다. 무덤이라는 영묘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자가 나타나자 티스베는 바위틈으로 숨게 된다. 하지만 사자의 발자국과 피 묻은 베일을 보고 피라모스는 티스베가 사자에게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칼로 가슴을 질러 자결한다. 티스베가 바위틈에서 나와 보니 피라모스가 죽어 있어 티스베 역시 그의 칼로 목숨을 끊고 한 무덤에 묻히게 되는 신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하여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다. 비극적인 부분이 빠르게 교차하는 것을 두고 문학적 완성도 측면에서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부터 시작된 로맨스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남녀의 로맨스이기는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두 집안의 철천지 원수지간이라는 원초적인 문제에 접해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과 상관없이 두 집안의 해묵은 감정이 문제가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로미오는 처음에 로잘린이란 아가씨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기 위해 무도회장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첫눈에 반해 사랑이 움직이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로렌스 신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캐퓰릿가와 몬테규가의 오래된 감정을 화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 결혼식을 추진한다.     


  그 후 줄리엣 사촌인 티볼트가 로미오 친구인 머큐쇼를 살해하게 된다. 이로 인해 로미오는 티볼트와 결투를 벌이다 죽게 되고, 로미오는 다른 도시로 추방 명령이 떨어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줄리엣의 아버지는 파리스 백작과 결혼할 것을 명령한다.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를 찾아가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신부의 도움으로 로미오가 추방되기 전에 줄리엣과 함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로렌스 신부는 줄리엣이 가짜로 죽는 약을 먹고 묘지에 안치되면 로미오가 있는 곳으로 줄리엣을 보내주겠다는 약조를 하고 그 내용을 편지에 써서 로미오에게 보낸다. 생각대로 일이 추진되었으면 좋으련만 운명의 장난으로 그 편지를 받기도 전에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로미오는 묘지로 오게 된다. 줄리엣이 죽은 것을 보고 너무 슬픈 나머지 로미오는 약을 먹고 자살하고 만다. 줄리엣이 깨어나 보니 로미오가 약을 먹고 죽은 것을 목격한다. 줄리엣이 걱정되어 묘지에 온 로렌스 신부가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가자고 하지만 줄리엣은 로미오의 칼을 빼들어 자결하고 만다.     


  두 가문의 불운으로 나이 어린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산산조각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 마음도 몰입되어 찰나의 순간 부서진다. 죽음 앞에 두 가문이 화해를 한들 죽은 이들이 돌아올 수는 없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의 모임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햄릿을 읽다가 보니,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까지 보게 된 것이다. 고전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열광하고 오래도록 회자된다. 셰익스피어의 저서를 혼자 읽으라고 하면 재미없고 지루하여 못 읽을 것인데 함께 읽으니 재미도 읽고 귀에 쏙쏙 들어앉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를 별도로 구해서 보게 되었는데 느낌이 새롭다. 현시대의 관점에서 작품의 진부함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원작과 영화는 내용이 상이하긴 하다. 물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한 19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다. 젊은 청춘의 비극적인 사랑의 대명사가 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책으로 읽으면 영화의 장면과 오버랩되어 또 다른 맛이 날 것이다.     


  죽음과 맞바꾸어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굳이 현시대의 시각으로 논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이서 결혼을 하고, 패싸움에 휘말려 살인을 하여 추방 명령이 떨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보편적인 정서로는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이 영화에 세계가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격정적인 사랑의 행동과 동반자살을 혁명이라고 한다지만 줄리엣은 고작 14살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이성으로 절제되지 못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고귀한 사랑의 대명사로 포장되기에는 너무 어렸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극단적인 죽음과 맞바꾼 두 가문의 화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가 사는 현시대 역시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행위로 끝장을 본 뒤에야 후회를 하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시대가 달라져도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이성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가득하다. 오십 년이 넘는 시공간이 찰나처럼 순간을 넘나들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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