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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Dec 30. 2021

그리운 섬, 독도

  

  저마다 아픔을 품고 산다. 딛고 일어서고 우리는 또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산다. 홀로인 섬 독도를 마음에 품은 지 오십여 년이 지나서 독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태풍과 폭우가 예상되었기에 계획은 어긋났다. 세상사 어긋나지 않는 계획은 없다.   

  

  김훈의 칼의 노래의 첫 서두에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오랫동안 그리운 섬으로 독도를 꿈꾸었다. 언젠가는 그곳에 가보리라.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짜기 다람쥐로 살아온 내가 바다를 꿈꾸는 일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바다를 이야기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스물의 젊은 날이 있었다. 손 내밀면 언제든 잡히는 거리에서 오랫동안 함께 할 줄 알았다. 우리는 눈발이 날리는 창 넓은 찻집에서 바다를 보았다. 한 송이 두 송이 바다로 빠져 사라지는 눈송이를 어쩌지 못했다. 그렇게 모든 것들은 조금씩 어긋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게 서서히 그리움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독도를 향해 계획하고 준비하고 몇 달을 보냈다. 오십여 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몇 달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도에서 밤차를 타고 포항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어두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여장을 풀어 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늦은 벚꽃이 만개하여 눈송이처럼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여객선터미널로 향하는 발걸음은 경쾌했다. 멀미약을 먹고 긴장과 설렘을 애써 감추며 여행에 이력이 난 것처럼 출항할 배를 기다렸다. 드디어 배에 오르고 선수 선미 출항 준비와 함께 배는 울릉도를 향해 출발했다. 너무 오래 기다린 긴장감 때문인가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럽기 시작했다. 나는 영화에 나온 강시가 되어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풍랑 때문에 예정보다 배는 연착되어 한 시간 늦게 도동항에 도착했다. 어지러워 핏기없는 얼굴을 하고 하늘을 보니 갈매기가 반갑게 날아오르며 일행을 맞이한다. 조금은 이국적인 바닷가의 풍경은 낯설지만 마음을 끌어당긴다. 비췻빛 바닷물은 풍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울릉도 선창가의 감상을 뒤로하고 풍랑이 오기 전에 독도를 행해 출발하기로 한다. 저동항으로 이동하여 오랫동안 기다렸던 독도행 배에 오른다. 갈매기는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언제 멀미에 시달렸느냐는 듯이 마음이 초록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부푸는 일은 터지는 일을 전제로 하기에 어쩌면 달이 기울 듯 차오르는 것은 위험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처음 설레었던 마음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기에 잠시 뱃멀미도 잊는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4km 차로 간다면 가까운 거리지만 풍랑이 일지도 모르는 바다에서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쉽지 않는 거리를 뱃멀미로 시달릴 일을 생각하면 아찔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두려움을 감춰본다. 배는 서서히 출발한다.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 독도, 하지만 외로운 섬. 그 섬을 향해 출발한다. 창문 옆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본다. 내게 바다를 처음 보여준 친구는 지금쯤 어느 별에서 잘살고 있겠지. 그리움처럼 밀려들다가도 서서히 멀어져 가듯 잊혀진 친구 생각에 머물다 보니 멀미도 잊어버렸다. 저 멀리 천혜의 절경 독도가 보인다.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는 독도에 2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독도에 발을 내딛는다. 제일 먼저 갈매기들이 일행을 반긴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이다. 50년이 넘도록 기다린 시간이 찰나처럼 주어진다.    


  공기는 맑고 신선하지만 바람은 차다. 찬바람에 몸을 맡긴다. 독도의 바람이 내 세포에 깊이 새겨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독도를 그리워하리라 생각한다. 독도는 대한민국 최동단의 섬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절한 곳이다.    


  독도는 화산섬이다. 화산섬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괭이갈매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자세일지도 모른다. 독도는 미래가치가 높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류와 난류의 교차로 어족 및 수산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해양 심층수, 미래의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 메탄하이드레이트 미생물자원 등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어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끊임없이 노리고 있는 일본의 만행이 자행되고 있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다. 더 이상 독도를 탐하지 않도록 독도를 지키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이 감사하다. 독도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경비대원들의 모습이 늠름하다. 독도는 우리 땅, 아니 이제는 대한민국 땅이라 부르자.    


  30분이란 시간이 1초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몇 번을 와도 입도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입도를 허락해준 독도. 아쉬움이 남지만 돌아서야 한다.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눈을 감아도 기억할 수 있도록 마음에 저장해 둔다. 먼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독도를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돌아오는 길 바다는 아름답게 노을이 지고 있다. 풍랑이 심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밤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도도 조용하다. 서서히 어둠이 스며들고 바다는 어둠에 잠겼다. 어둠에 잠긴 바다에 홀로 앉아 있는 것 같다. 멀어지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독도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라는 뜻일까? 벌써 독도가 그립다.    


  멀미도 잊게 하고 독도는 쉽게 나를 받아주고 쉽게 보내준다. 바다를 처음 알게 해 준 그리운 친구처럼 다정하게 마음에 새겨진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독도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한 것을 진즉에 알았을까?     


  천혜의 아름다운 섬. 독도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몇 해쯤 가지 못해도 그곳에 그렇게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존심으로 우뚝 서 있으리라. 어둠에 묻힌 독도, 여정의 피로에 두 눈을 감으니 동도와 서도가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있다. 괭이갈매기 하늘을 날아오르는 독도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다. 그리운 섬이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수호신처럼 대한민국을 지켜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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