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망향탑
-정순왕후를 위하여
누가 둘러놓았나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빈틈없는 산
내 눈길이 산을 넘지 못하나
종일 당신 있는 쪽 바라보는데
동망봉에 올라 두 손 모으는
당신 마음 벌써 산을 넘어와
해 저무는 하늘에 번지고
여기 절벽에 선 내 울음
대신 우는 강이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범접할 수 없는 산에
가로막힌 우리 사이
하늘과 강에
띄우는 편지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서로 내내 읽지만
마지막으로 바라본
당신의 눈
다시 볼 수 있다면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저 산을 넘을 수가 없으니
당신을 향한
돌처럼 굳건한 마음
차곡 쌓아 산을 만들어
올라 볼까요
그러면 당신 있는 땅 보이려나
우리 헤어진 영도교에서
바라보던 당신의 눈
당신을 볼 수만 있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청령포
초가집에 갇혀
한평생 살아도
바랄 게 없겠습니다
당신만 있다면
하늘이시여
내게 귀를 빌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