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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롭 Oct 26. 2024

하늘이시여, 내게 귀를 빌려주소서

청령포에서

청령포 망향탑

-정순왕후를 위하여   

  


누가 둘러놓았나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빈틈없는 산     


내 눈길이 산을 넘지 못하나

종일 당신 있는 쪽 바라보는데    

 

동망봉에 올라 두 손 모으는

당신 마음 벌써 산을 넘어와

해 저무는 하늘에 번지고     


여기 절벽에 선 내 울음

대신 우는 강이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범접할 수 없는 산에

가로막힌 우리 사이     


하늘과 강에

띄우는 편지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서로 내내 읽지만     


마지막으로 바라본

당신의 눈

다시 볼 수 있다면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저 산을 넘을 수가 없으니     


당신을 향한

돌처럼 굳건한 마음

차곡 쌓아 산을 만들어

올라 볼까요

그러면 당신 있는 땅 보이려나     


우리 헤어진 영도교에서

바라보던 당신의 눈     


당신을 볼 수만 있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청령포

초가집에 갇혀

한평생 살아도

바랄 게 없겠습니다     


당신만 있다면     


하늘이시여

내게 귀를 빌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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