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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하늘 Oct 26. 2021

[나는 살고 싶다]불안과 우울, 그리고 삶과 죽음 1

불안 vs 우울 언제 더 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가?





나는 불안할 때,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울할 때는 죽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물어가는 태양 양 옆에 저렇게 신비로운 무지개 빛깔의 프리즘이 보여 한 컷 찍어보았다.




 오랫동안 불안했었다. 처음 그 불안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어린 시절 무서운 일을 겪었을 때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았던 때일까? 아니면 갑자기 할아버지 할머니 품을 떠나 부모님과 함께 낯선 집에 살면서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우울했을 때부터였을까?

 아주 어릴 적에는 꽤 우울했던 것 같다.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외롭고 우울했던 기억이 더 많았다. 늘 시골에서 들이며 산이며 뛰어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시로 가서 꽉 막힌 공간에서 답답하게 살려니 참 힘들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부분은 집으로 돌아갔을 때 ‘아무도 없다.’는 현실이었다. 취학 전에는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다.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계셨다. 밥때가 되면 혼자 밥 먹는 일이 없이 동생과 조부모님과 넷이서 옹기종기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었다. 차린 것이라곤 나물 반찬에 된장국이 전부였지만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따뜻한 밥 한 끼는 나에게 무엇보다도 달고 배부른 양식이었다.

 학교를 다닐 무렵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과 도시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태어나서 7년을 한 번도 제대로 하루를 보낸 적이 없었던 부모님과는 마찰이 잦았다. 가뜩이나 무섭고 외로운데 의지 할 곳이라고는 할아버지께 전화를 걸 수 있던 전화기가 전부였다. 낮이고 밤이고 나는 혼자 일 때가 많았다. 지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뒷모습만 봐도 ‘우리 할아버지인가?’ 하며 어린 마음에 쫓아가서 얼굴을 한 번 스윽 확인해 보곤 했다. 종종 할아버지를 닮은 분이 지나갈 때면 속으로 눈물을 꾹 삼킬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향수병. 우울증이었다.


 그렇게 사춘기가 지나 성인이 되었다.

 사춘기 무렵부터는 우울보다는 불안이 고개를 스윽 내밀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공황장애가 갑작스럽게 찾아왔었다. 연애를 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했었고 그것이 나에게는 참 힘듦이었나 보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시댁살이를 하며 누군가의 며느리로, 아내로서 참으며 인내하며 사는 것도 만만찮게 힘들었고, 결혼 승낙이 뜻대로 잘 떨어지지 않아 겨우 좋아진 부모님과 나와의 사이가 다시 멀어지는 것도 세상 두려웠었다. 그때는 왜 그런 병이 나에게 찾아왔는지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그때의 나를 돌아보니 그랬다.




 오랜 불안으로 나는 참 외롭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었다. 때론 미친 사람처럼 갑작스럽게 불같이 화를 냈다가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못난 모습을 보인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끝없는 좌절과 수렁으로 빠져들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이 든 순간에는 죄책감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무도 상처 주지 않고 스스로 불안에 휩싸여서 숨 쉬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지금 숨 쉬는 것이 현실이 맞는지 끝없이 확인했던 불과 몇 분 전의 나를 생각하면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아는 순간이었음에도 수치심에 눈물을 쏟아내곤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앓던 병을 8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을 때의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공황 발작, 즉 나에게 찾아오는 불안은
살고 싶어서 찾아오는 감정 신호였다.



 “불안 해 죽겠어.”

 “나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

 “나 지금 숨을 안 쉬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해서 죽으면 어떻게 해?”

 “지금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 심장 정지 올까 봐 무서워. 병원 가야겠어.”

.

.

.


이 모든 말들은 다… 결국 한 가지 의미로 이어졌다.


살려줘. 살고 싶어.


내가 겪은 불안은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몸이 보낸, 그리고 정신이 보낸 감정 신호였다.


가을하늘의 네이버 도전만화 “심리학자의 미용실 - 공황장애 편” 중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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