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전지 작업
참외에게 맞은 뒤통수
친정아버지의 추천으로 우리 텃밭에 참외를 들였다. 아빠와 장날에 모종 7개를 사서 텃밭에 심어 놓은지 벌써 1달이 지났다. 아빠가 참외를 심자고 했을 때는, 큰 고민 없이 맛있는 참외를 먹을 수 있다는 들뜬 마음에 흔쾌히 수긍했다. 참외도 다른 작물처럼 심어 놓으면, 알아서 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스스로 과실을 맺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에 그쳤다.
키워보니 참외는 쑥쑥 잘 자라는 작물이였다. 얼마나 잘 자라는지 한 달 만에 모종 7개가 텃밭을 뒤덮어 버렸다. 얼마나 야심이 넘치는 녀석인지, 옆 고랑의 이웃 작물들 공간마저 기웃거린다. 이렇게 잘 자라는 작물이라서 아빠 생각에는 쉽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고, 그래서 우리 텃밭 식구로 참외를 선택하셨나 싶다. 나 역시 친구 아버님의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참외 키우기 참 쉽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난주 텃밭에서 친구 아버지를 또 만났다. 부지런한 아버님을 자주 텃밭에서 마주친다. 일요일인 그날도 나와서 열심히 농사일을 하시던 중이셨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 오셨어요."
딸 친구인 나한테 정중하게 존댓말을 써주시는 게 지금 생각해도 참 따뜻하신 분이다.
"아버님, 참외가 너무 잘 자라는 것 같아요. 옆에 아버님이 키우시는 땅콩에까지 닿으려고 하는데, 어떡하죠? 괜찮을까요?"
나는 내 참외는 당연히 지금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저 아버님이 키우시는 다른 작물에 피해가 갈까 걱정이 되어 물었다.
"그거 전지 해줘야 할 텐데? 그렇게 그냥 두면, 참외 잘 안 열려요."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전지? 그게 뭐지? 잠시 머리를 무언가에 맞은 듯이 뒤통수가 띵했다. 참외 심자고 하시던 친정 아빠는 이런 부분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심자고 하신 건가? 아빠를 향한 원망의 화살이 잠시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잠시 멘탈이 흔들렸다. 후다닥 정신을 차리고 친구 아버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날 밤 집에서 참외 전지작업과 관련된 글과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참외 전지 작업은 참외 열매를 크고 맛있게 잘 맺도록, 인위적으로 참외의 생장점을 자르고 곁순을 잘라주는 작업이다. 아들 순은 어디를 자르고, 손자 순은 몇 개까지 자르고, 예상했던 거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에 나는 또 한 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런 작업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면, 첫농사인 내가 참외를 텃밭에 심었을까?싶을 정도로 잠시 막막했다. 믿었던 참외에게 맞은 뒤통수가 참으로 시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