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만이 정의의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철학에 따른 공정

by zejebell

요즘 모든 사람들이 제일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 주제가 바로 ‘공정함’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만 보이는 것일 뿐 사실자신만은, 자신이 속한 집단만은 더 나은 다른 대접을 받길 원하는 속마음이 조금이라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만큼 특별한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긴 하다. (단골이라 더 주고, 서비스로 더 주고, 아는 누구의 지인이라 더 대접받는 등)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음에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지, 진짜로 모르는 건지는 확실치 않다.


자신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정함을 원하는 쪽인가? 아니면 자신을 포함한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만이 공정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인가?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바로 자신만의 철학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공정함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정함에 집착하면 할수록 자신이 공정하게 획득했다고 생각하는 지위, 재산, 성과, 학위, 보상 등에 특별한 의미, 가치를 부여한다. 당연하다. 스스로 이룩하고 달성한 것이니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며 노력해 왔을 것이며 심지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가족들의 희생까지 필요로 했을지 모른다. 그러니 그렇게 달성하고 획득한 것을 자신이 보기에 자격이 없는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고 했을 때 억울함이 얼마나 클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실만 놓고 봤을 때 그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불공정해 보인다.


이 세상은 불평등하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공정함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태어나면서 운이 없었던, 살면서 마주하게 된 불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어야지만 그나마 삶의 불공평함을 이기고 살아남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비슷한 불운 속에서, 불평등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공정함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그렇게 힘들게 성취한 무언가는 다른 불공평한 인생을 타고난 사람들에게 역시 그냥 주어져서는 안 된다.


그들이 얻지 못한 무언가는 그들의 노력이 부족해서이지 그들이 나보다 더 불운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속해있기 때문이 아니다. 내 몫이 줄어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나와 그들이 같은 선상에 놓이는 것 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일인 것이다. 사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합격한 회사의 사원증을 자랑스레 목에 걸고 그것이 자신의 자부심이라고 인터뷰한 사람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에게 있어 사원증은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이었을 것이다. 공정한 경쟁으로 얻은 자신만의 특별함을 누군가는 노력 없이 그냥 얻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에 분노했고 정직원이 아닌 무기계약직 사원이라고 해도 그는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각과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그것에 반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행동이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있어 일조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래 타고나길 능력 있고, 부유하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공정함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신들은 이미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세상이 공평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그것을 추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특별 대우에 익숙하다. 그들은 공정하지 못한 불공평한 세상을 즐기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공정함을 원하면서도 그들의 특별하고도 불공평한 삶을 동경한다. 자신에게도 굳이 공정함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꿈꾼다. 사람들의 이런 바람은 SNS나 유튜브, 그 밖에 다른 미디어, 댓글 등을 조금만 찾아봐도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세상에서 과연 어디까지 능력과 노력으로 성취되고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난 사람들은, 불행히도 생존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마이클 센델은 능력주의는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것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정함이라는 것은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 세상은 모든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획일적인 능력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벌써 이것부터가 공정하지 못한 것이며, 불평등이라 할 수 있다.


충분한 능력을 타고났고 거기다 노력까지 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 시대에서 원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그런 삶을 사는 동안 앞으로도 자신이 계속해서 삶에서 공정함을 원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공정함을 통해 획득한 특별함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만일 당신이 당신이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에도 눈을 돌려 볼 마음이 있다면 여전히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서 머물고 있는 불운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차별 없는 연민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공정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공정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그런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럴 때 우리가 가진 철학 중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공정을 공정하다 판단할 수 있을까?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정함만이 정의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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