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못했어요

라고 말하고 싶다.

by zejebell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항상 잘못하기만 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미안합니다. 혹은 제 잘못이 맞네요’라는 문장을 적절한 시점에 진심을 다해 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대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보통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죄송해요.’, 라든가 ‘제가 다음엔 실수 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등의 비슷한 말들이다.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말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그것으로 치유를 경험해 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사과를 하는 사람을 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뉴스만 봐도 사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류별로 충분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들의 사과를 보며 마음이 움직이기는커녕 기분이 불쾌해지는 이유는 아마도 ‘진심’이라는 마음이 빠져있음을 모두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런 사과조차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기까지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마음이 전혀 없는 이런 식의 사과 아닌 사과는 오히려 사과받는 사람을 더욱 화나게 할 뿐이다.



“사과는 근본적으로 핑계나 합리화와 다르다. 다른 해명 전략들이 잘못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포장하는 데 견주어, 사과는 잘못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대한 유감을 표현해야 한다. 우리가 계속 확인한 것처럼 설명은 저질러진 잘못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고 진실한 사과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사과 요구 중에 나온 설명도 사과로 진화해서 화해의 기반을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해명도 사과를 회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 진실성 없는 사과는 굴욕을 냉소적으로 가장한 경우가 많다.”

<공개 사과의 기술/ 에드의 L바티스텔라>



하지만 이런 사과를 하거나 받아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우린 슬프게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사람의 본성은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기보다는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더 열을 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타인이 받은 피해에 앞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 먼저 자신을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존심 문제 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이기적 성향일 수도 있고, 어쩌면 책임을 최소한으로 지기 위한 계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사람은 아무리 큰 잘못 앞에서도 자신을 어떻게든 변호하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쉬우며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피해자를 먼저 생각하려는 마음을 가지기란 엄청난 용기와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아는 시각을 지녀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단이 있으며 어쩌면 자신의 잘못이란 증거가 확실히 없다고 생각될 때 보통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우리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권력과 증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잘못에 대해서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문화가 이 사회에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가족들 사이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가 받아 마땅한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무시당했던 경험이 적어도 몇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감히 사과 요구조차 못했을 수도 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교수가 학생에게, 직장 상사가 사원에게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문화는 여러모로 현시대에서도 아직도 낯선 것(거의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고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돈이 많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어리고 못 배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자신의 권위가 떨어지는 행동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도 어렸을 때 혹은 신입직원일 때 상사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배워왔기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그 잘못된 사과 문화를 바꾸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 (진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 문화는 진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에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가해자는 사과를 겉으로만 하고 피해자는 속으로 삭여야만 하는 것일까? 당당하게 ‘당신 잘못이에요. 나에게 사과해 주세요.’라는 요구를 하는 것도 분위기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것일까? 그저 잘못한 것을 사과하고 사과받는 것이 어째서 어중간한 그 어디쯤에서의 타협처럼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은 항상 우리들과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평생 가해자가 안될 것처럼 착각하고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길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문화에서도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 나쁜 것이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문화가 있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그런 문화를 고쳐야 한다.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가장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잘못을 인지한 순간 바로 사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사과를 받아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그 순간 우리는 당당하게 그에게 사과를 요구해야만 한다. “당신이 잘못했어요. 사과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그의 몫이다. 당장 사과를 받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그에게 어떤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은 용기 있는 소수의 사람들의 덕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임을 잊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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