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란 무얼까?
사람들은 다수의 압력에 의해서, 권력이 누르는 무게에 의해서, 어쩌면 자신의 업무에 있어서 인센티브에 의해서, 혹은 자신의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양심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며 고민고민 하다가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 최악의 실수로 연결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데카르트는 말했지만 이 세상에서 존재만으로는 잘 존재하기 어렵다. 정확히 나의 생각 따위는 세상으로부터 무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굉장히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듯한 세상에서 비합리적인 것은 무엇이든 도태되어 버린다고 배운 우리는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합리적인 것을 배워왔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는 세상의 속도를 우리가 따라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내가 배워 왔던 것들은 이미 낡은 것들이 되어 버려 지금 써먹기가 참으로 애매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을 만났을 때 우리는 과거 경험, 배운 지식에서 무언가를 꺼내오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똑같은 상황은 오지 않으며, 참고할 만한 것이라곤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의 조언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우리를 도와줄 그 누군가, 그 무언가를 찾아 주위를 눈치껏 두리번 거릴 것이다. 뭐라도 따라 해보기라도 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자신보다 똑똑하고 지혜가 많아 보였던 그 사람들도 사실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처지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안심이 될지, 혹은 더 불안에 빠질지는 모르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우리의 선택이 잠시의 실패가 되더라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사회라면 우리는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의 우리가 한 크고 작은 선택은 시간의 연속선 안에서 계속해서 흘러서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시간의 어느 지점에 결과로써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최상이 될지 최악이 될지는 그때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완전히 알 수 없더라도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꼭 복권이 당첨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무 근거 없이 매주 복권을 사는 사람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는 확실해 보였던 흑과 백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인생에 답이 정해져 있었던 시기를 지나고 보니 인생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랄까? 아무리 좋은 판단을 위해 근거를 긁어모아봐도 너무나 부족해 보이기만 한다. 그리고 때때로 근거 부족으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을 핑계 삼기도 한다.
“결혼을 이해할 유일한 방법은 직접 해 보는 수밖에 없다. 어느 커리어가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장기간 일해 보는 수밖에 없다. 결심의 언저리에 서서 망설이는 사람들은, 팩트가 다 수집될 때까지 꺼리는 사람들은 결국 인생이 다 지나가 버렸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의 어느 길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험을 감수하고 그 길을 직접 살아 보는 수밖에 없다. 팩트가 모두 수집되는 날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조너선 색스 랍비>
불확실한 인생에, 시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늘 뭔가 대비해야 할 것만 같고 지금 이 시간을 그대로 흘러가게 두면 안될 것 같고 이 시간을 즐기면 즐길수록 나중에 나쁜 것이 오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어쩌면 현대인들은 이 시간을 무엇으로든지 채우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팩트와 근거가 수집되는 날이 절대 오지 않듯이 우리가 완벽하게 준비되는 날 또한 오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할 때일수록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이거나 흥분된 감정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바뀔 수 있고 협상할 가치가 있고 타협점을 어디로 잡을지, 자신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면 된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가면서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으며 늘 성공하는 길만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이미 이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1등 복권을 연속으로 뽑으려는 그런 마음을 가진 채 선택에 임하고 있다. 자신이 선택이 100% 올바른 것이라 해도 그 길이 가기 쉬운 길이란 뜻은 아니다. 순탄하지 않고 가기 힘든 험난한 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확신함에도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또한 때로는 실수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자신을 새로운 길로 인도해 주기도 한다는 것을 누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서 자신이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현재가 과거가 되었을 때,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만이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선택이 실수인지,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그때, 그 시간이 되었을 때 자신만의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 나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결국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 피터 드러커
어쨌든 일어날 일이라면 차라리 먼저 선택해 버리는 건 어떨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정신 승리를 통해 마음 편히 자신의 선택을 인정하고 지켜 나가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그런 선택이 아닌 이상 나의 성향과 성격, 취향 등에 따라 어떠한 선택을 해도 결국은 자신이 원했던 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비슷한 결과를 받아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단,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았을 때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