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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Nov 19. 2021

브런치와 라이킷

새로운 세상, 누보 몽드, 뉴 월드


프랑스어로 누보 몽드, 영어로 뉴 월드란 말은 '새로운 세계'란 뜻이다. 갑자기 이 말을 떠올린 건 어제로써 내가 이 새로운 세상인 브런치로 들어온 지 한 달 되는 날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브런치라는 신세계에 들어와 나만의 아늑한 공간을 받은 날이기도 하고, 수많은 문우들을 만날 수 있게 된 날이기에 적어도 내게는 대단히 훌륭하게 기념될 날인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때때로 이제는 좀 내려놓자고 다짐하는 것 중 하나가 기념일 챙기기다. 나에 관한 많은 것들, 가족과 관계된 중요한 날들, 친구들 소중한 기념 날짜까지 굳이 수첩에 적지 않아도 메모리 기계처럼 자동으로 떠오르는 나로서는 이 사람 저 사람, 이것저것 챙기느라 마음이 늘 동동거린다. 그렇다. 내 안엔 마치 말괄량이 삐삐의 뒤죽박죽 별장처럼 온갖 기억이 쌓여 있는 살가운 공간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복잡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꽤나 잘 정리된 나만의 별장이다. 그곳에서 나는 나와 관련된 모든 기념일을 펼쳐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기념일에 말이나 글로 전하지 못할 때는 마음을 모아 정성껏 축복을 기원하곤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화나 종이 카드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지만 요즘은 주로 카톡이나 보이스톡으로 대신하는데, 언젠가부터는 그런 것들도 생략하게 되고 그저 마음으로 기억하고 짧은 축하만 전할 때가 많다. 서로 안부를 나누며 축하하면 좋겠으나 워낙 다들 바쁘다 보니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나 역시도 이제는 날짜를 기억하고 뭔가를 챙기는 것이 적잖은 무게로 내려앉아 피로해져서다. 앞으로는 지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기억하고 축하하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 '브런치에서의 한 달'을 기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내 공간의 열쇠를 받은 지 한 달 된 날이니 내 자신을 격려하는 것으로 조촐하게 기념일을 자축했다.   


공식적으로 등단작가로 데뷔하면서부터 원고료를 받으며 글 쓰는 작업을 해 왔다.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브런치 세상에서 글 쓰는 작업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아늑한 글쓰기 공간에서 자음과 모음으로 단어가 만들어지고 문장들로 이어져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될 때마다 편안하고 쾌적한 우주의 한 공간에서 신비롭게 글을 쓰는 느낌이 들었다.  


 브런치 세상에 들어오면서부터 새로움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통상 원고를 쓰고, 탈고하면 출판사나 잡지사 편집부에 보내고, 이후 내가 할 일이란  담당 편집자분들과 최종 교정 작업에 참여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곳 브런치 세상에서는 글을 쓰고 사진 편집해서 발행하는 작업, 키워드 선택, 완료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기에 처음엔 낯설고 난감했지만 몇 번 하다 보니 보물섬 지도를  들고 보물 찾으러 탐험길에 나선 듯한 신선함이 있었다. 이미 이곳에서는 수많은 분들이 다 아는 기술이나 기법을 나는 이제 하나하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인데도 늦었다는 생각보다는 재미가 쏠쏠해서 기쁨이 차오른다. 


작가명을 입력할 때도 그랬다. 처음엔 카카오 계정에 있는 닉네임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곳에서는 본명을 넣어야 하는 걸로 생각해서 닉네임 대신 내 이름을 넣고, 사진 역시 작가 모습을 넣어야 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서 망설이고 망설이다 내 사진을 넣었다. 며칠 지나 살펴보니 브런치 작가분들 대부분 재치 있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작가 이미지 사진에도 독특한 캐리커쳐나 고즈넉한 풍경사진을 넣어 활동하고 있었다. 아하! 그래도 되는 거였구나! 하지만 이름과 모습 다 공개해놓고 이제 와서 변경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느 날엔가 마음이 몹시 싱숭생숭 한 날, 절실하게 변화가 필요한 날에 바꿔 보기로 했다. 


그뿐인가! 글쓰기 공간이 생긴 것에 감동하긴 했는데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브런치 나우가 뭔지,  글을 어떻게 발행하는 건지, 글을 발행하면 그 글은 어디로 가서 게재되는 건지, 사진 작업은 어떻게 해서 올려야 하는 건지 난감했다. 더구나 브런치 북 목차를 만들 때, 분명 도움말에는 발행한 작품을 한 편 한 편 모아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도무지 어디서 무슨 작품을 가져와야 하는지 정말 막막했다. 나는 생각다 못해 몇몇 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된 내 책 표지와 목차들을 인터넷에서 캡처해서 시도해 보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것도 아닌 듯하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아 한참 동안 궁리한 끝에  마침내 원고를 발행, 완료해서 목차로 바로 끌어오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작가의 서랍에 있던 원고가 브런치 나우에 실리지 못하고, 브런치 문우들이나 작가님들이 제대로 읽지도 못 한 상황에서 그대로 책 안에 묶여버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브런치 북을 만들어 완료하고 보니 오타가 눈에 띄었다. 누가 보기 전에 서둘러 고쳐야 하겠는데 대체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몰라서 심장이 콩콩 뛰었다. 그러던 중에  발행한 원고도 점점을 클릭하고 연필 모양을 누르면 얼마든지 수정 가능한 걸 알고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러나 지금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글을 처음 올린 날이 23일인데, 브런치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한꺼번에 26편의 글을 편집해서 그날 바로 브런치 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험이 선생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편씩 순차적으로 발행, 완료해야 브런치 나우에 공유되고 여러분들이 읽을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랐었기에 글쓰기 공간에 써 놓은 26편을 바로 모아 브런치 북으로 발행하는 동시에 완료했으니 초스피드로 책 한 권이 완성되긴 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정성 들여 자료 찾고 후미진 곳까지 걸어 다니며 보고 느낀 내 생각이 힘없이 시들어버린 느낌이다. 특히 이야기에 등장하는 훌륭한 역사적 인물이나 예술작품 속 사람들이 조용히 묻혀 버리는 것 같고, 좋은 이야기를 많은 문우들과 나누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그처럼 안타까운 마음에 한 회씩 재편집해서 다시 브런치 나우에 올리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이 방법이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방송에도 재방송이 있고, 무엇이든지 리와인드라는 시스템이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이미 올린 글을 왜 올릴까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위에 언급한 사연으로 그리 된 것이니 양해를 바랄 뿐이다. 브런치 에디터님들께 상담하고 싶었으나 어디로 문의해야 하는지, 이 또한 방법을 모르니 일단 내 생각대로 실행해 볼 참이다. 


또한 신선한 충격은 브런치 북 작가 프로젝트에 3천5백 명 넘는 작가가 5838편을 응모했다는 것이다. 그토록 많은 작가분들이 그렇게 많은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빚어낸 소중한 작품들이 브런치 작가님들 각자의 재능과 가슴에서 나와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문을 통과한 것이니 함께 축하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덧붙여  날마다 브런치 나우에 올라오는 새 글 알림 소리에 감동한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작가님들이 글을 올린단 말인가! 핸드폰에서 마치 팅커벨이 톡톡 건드리 듯 은 종소리 울릴 때마다 글을 쓰는 분들의 성실함과 다양한 글감 선정에 탄복하며 그 덕분에 매 순간 새록새록 용기를 얻는다. 


나는 브런치 세상에 오기 전까지 블로그나 카페, 페이스 북 등을 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에 대한 리뷰는 나와 직접적인 연결 없이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리뷰 난에 별점으로 표시되거나 글로 올라와서 그리 큰 부담이 없지만 블로그나 카페 등은 댓글이나 반응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 일절 하지 않았었다. 그런 이유로 유익한 블로그나 카페 등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는 전문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몇 해 전 출판사 관계자분이 "요즈음은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페이스북이나 사회관계망에서 활동해야 해요. 혼자 칩거하듯이 집필하던 시대하고 많이 달라졌거든요. 작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 말을 들을 때는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점점 그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던 중에 브런치란 세계가 있다는 걸 뒤늦게야 알고 시월 어느 날 새벽에 입문한 것이다.


한 달 사이에 나는 이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깨닫고 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이곳에서 글을 쓰는 작가님들은 좋은 분들일 거라는 것, 하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리라는 것,  마음이 따뜻한 분들일 거라는 것이다.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한다. 덧붙여 내 글을 보며 내게 관심을 갖고 먼저 손을 내밀어 문우가 되어준 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렇기에 나는 바쁜 중에도 그분들의 글은 시간을 내어 다 읽고 있다. 물론 라이킷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울러 내 글에 여러 번 라이킷을 해준 분들 역시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마음으로 내게 라이킷 해주시는 분들(간혹 못 한 경우도 있다.)께 무조건 '구독하기'를 눌러 고마움을 표하다 보니 내 관심작가가 갑자기 많아졌다. 이 부분에서 좀 고민이 생긴다. '관심작가' 숫자는 늘었는데 과연 내가 그분들께 진정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분들의 새 글 혹은 이미 써 놓은 글들을 한 번이라도 찬찬히 읽었는지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한 달 동안 내가 직접 관심작가를 찾은 것이 아니라 내게 라이킷을 해 준 분들이 고마워서 구독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앞으로는 범위를 좀 더 넓혀 브런치 나우에서 작품을 보며 관심작가를 선정하는 것도 한 번쯤 시도해 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라이킷이나  댓글에 개의치 않고 그저 좋은 글을 쓸 거야."라고 했던 굳은 심지는 날아가고, 어느 순간부터 '라이킷' 반응에 내 촉이 사르르 움직이고 있는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욜랑욜랑하는 자'로 기울어질까 봐 반성하는 중이다. 


격려와 공감의 라이킷이 반대로 그것에 지나치게 반응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되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있으므로 적당히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균형을 잃게 되는 순간 작가정신이 밴 진정한 글을 쓰는 작업이 아니라 그저 남에게 보여주고 칭찬받기 위한 글쓰기로 전락하게 될 테니 경계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브런치 에디터님들, 문우님들께 감사의 꽃다발을 전하고, 내 기념일을 축하하자고 시작한 글인데 살짝 반성의 분위기로 흘렀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새로운 세상, 누보 몽드, 뉴 월드, 이렇게 온화하고 멋진 브런치에선 모든 분들이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서로 가시가 되지 않고 격려하는 좋은 분들과 오랫동안 만나고 싶다. 그래서 브런치 세상의 희망과 사랑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져 그야말로 살기 좋고 행복한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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