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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Dec 18. 2021

반가워요 다시 찾은 브런치

브런치와 함께 했던 두 달!


어제로써 브런치에 만들어진 내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온 지 두 달이 되었다. 브런치라는 이곳의 특성을 전혀 모르고 들어온 나로서는 처음엔 무척이나 새롭고 신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느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 함께 하는 곳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지난달, 내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 느낌이라 했을 때, 어느 분이 내게 남긴 귀한 글을 공유한다.


어느 작가님의 충심 어린 글


    이곳 브런치와의 만남을 '문학과의 만남'으로 생각했습니다.
    문학의 세상인 줄 알았고, 많은 배움의 향응이 있을 줄 알았지요.
    착각이었고 실수였습니다.

    이곳은 '문학'과 '작가'의 정체성을 새로운 트렌드로 연막을 쳐버린 곳이지요.
    그 새로운 트렌드는 예술의 혼으로 다듬어지는 것이 아닌,
    온갖 아이디어로 연출되는 기능으로 빚어지는 것이고요.

    이곳 브런치는 세상에 대한 나의 의식, 인식 등 자아의 작품을 표현하는 갤러리가 아닌,
    내 생활, 지식, 환경 등의 삶을 파는 시장구조의 형태를 지닌 곳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기존의 문단을 생각하면 분명 새로운 세상임이 맞을 것입니다.
    마치 월간 문학지를 보다가 월간 잡지를 보는 듯한 세상!
    시나 에세이는 겨우 한 꼭지 정도 있는.....

    이런 세상은 이런 세상 나름대로의 여러 길이 있을 테지요.
    부디 필요한 대로의 유익한 길을 만나 즐거운 행보를 가지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어느 작가님의 충심 어린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내 경우는 좀 다르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열흘 전 즈음인가 브런치 작가명 '0 선생'이란 분이 1년 만에 올렸다는 글을 읽으며 95% 공감했다. 그 글 이외에도 그것과 비슷한 주제의 글들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현실을 보면서 그런 의견을 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낯선 이로부터의 편지


지난달, 브런치에서 작가 제안이 왔다고 해서 반갑게 메일을 열었다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놀라서 황급히 닫아버렸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그 소중한 마음을 전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낯선 사람으로부터 받는 낯선 메시지는 반가움이 아닌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아무튼 그 낯선 메일이 분명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온 것임에도 나는 놀란 상태였고, 유쾌하지 않았다. 안내문에 이 제안을 원하지 않으면 '차단하기'를 누르라했지만 나는 '차단하기' '신고하기' 이런 것조차 클릭하지도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엔 클릭 잘 못 하면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무서운 일들이 많다는 뉴스들 때문에 나는 '브런치 라이킷'이나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그 무엇도 클릭하거나 건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건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두려움이 아닌가 한다. 가히 '클릭 공포' 시대 한복판에 머무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추천작가'가 사라지다


그 일이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사진을 바꾸고, 작가 소개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지난주엔 작가명도 변경했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좀 더 복잡했다. 이름만 바꿨는데 바로 '브런치 추천작가'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실 브런치 추천작가라 해서 더 나은 혜택을 받는 것도 없지만 추천작가라는 그 '어감'에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사라져 버렸다. 브런치 주소도 같고, 작품도 똑같은 상황에서 이름 바뀌었을 뿐인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 허무하다고 해야 할지, 그저 씁쓸한 느낌이라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 곁에 있음에도 닿을 수 없는 서재, 가상의 공간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물며 계속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에 브런치 접속이 안 됐다. 인터넷 연결 문제일 수도 있고, 날짜로 보아 출판 프로젝트 수상 발표 전후로  일시적인 과부하 현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명을 변경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처음엔 대체 무슨 일이지? 의아해하며 몇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왠 걸! 요지부동이었다.


평소에 내 아늑한 공간이라 여겨서, 이 생각 저 생각 들 때마다 글을 넣어두던 서랍을 열 수 없으니 무척 답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함은 화로 바뀌고 놀랐던 마음은 불쾌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간 발행한 수많은 글들을 볼 수 없고, 그 공간으로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난감했다.


내 경우, 브런치 대부분 글은 작가의 서랍에서 보관하고 문서로 따로 보관하지 않은 터라 만약 브런치에 접속이 안되면 그야말로 이제까지 모든 글이 허공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차올랐다. 더구나 비록 두 달이지만 좋은 문우라 여겼던 분들과 라이킷으로 나누던 신뢰도 브런치를 떠난 곳에서는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너무 허망했다.


반나절 정도 브런치와 단절된 상황에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 간혹 더는 글을 올리고 싶지 않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아예 인터넷 안 되니까 답답하고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 선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인터넷에서 브런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연결된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반가워요! 브런치!


그러나 이런 일을 겪기 전에 마냥 아늑하다고 느꼈던 것과는 달리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정성스레 쓰고 편집한 글과 작품들을 이전처럼 문서함으로 옮겨 잘 보관해야겠으며, 이미 발행 완료가 되어 인터넷에 게시된 많은 글들도 내 이름과 생각이 담긴 글이니만큼 가끔씩이라도 살펴봐야겠다고 새삼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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