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이다! 슬슬 연말 느낌 가야지 -
올해 내가 시도했던 것과 그 결과를 돌아본다.
1. 원했던 부서에서의 일
해외 근무를 마치고 2년반만에 다시 시작한 서울 근무. 돌아오기 전부터 지망했던 부서인데 워낙 쟁쟁한 사람들만 받기로 유명했던 곳이라 과연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덜컥 가게 되었다.
내가 원하긴 했지만 막상 백그라운드 없는 일을 시작하려니 초반에는 고생 깨나 했다.
안 해 본 일이니까 배우자는 마음으로 왔으나, 역시나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었다. 회사는 가르칠 생각이 없고 퍼포먼스 낼 사람을 원하는 법… 처음이라고 봐주거나 기다려주는 법은 없었다.
나의 능력치보다 많은 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내가 해보고 싶다고 제 발로 온 곳이고, 지고(?) 싶지 않은 오기도 있어서 어떻게든 기대되는 퍼포먼스를 내 보려고 아등바등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히스토리를 잘 알아야 하는 업무이다보니 오래 된 사람이 무조건 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다가, 이 업무만 n년 이상 해 온 까다로운 상사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항상 버겁다고 느꼈다. 게다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직설적으로 하는 스타일의 상사라서 스트레스도 많았다. 5월 회고글에도 썼었지만 중간에 조직 개편이니 뭐니 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지낸지도 어느덧 10개월, 1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은 어떻냐고?
아무리 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업무도 제법 익숙해졌고,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던 문서들도 이제 눈에 많이 익어서 다른 후배들이 쓴 것을 수정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역시 존버하면 뭐라도 되긴 되나보다.
2. 독서모임 오픈
앞서 이야기한대로 새로 시작한 부서가 적응이 쉽지 않아서 독서모임 오픈은 처음에는 엄두도 못 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일이 안정된 다음 7월부터 간간이 독서모임을 열고 있다.
2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졌던 일 외의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고 싶기도 했고, 영국에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꽤 잘 운영이 되기도 했었는데, 한국 시장에서도 내가 먹힐까?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6개월 조금 안 되게 운영해 온 모임의 결과는?
사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 하고 고군분투중이다.
런던에서는 내가 무료로 모임을 운영하기도 했고 독서모임 공급자가 나 뿐이었고 한정된 장소의 한정된 사람들만 타겟팅하면 되어서 쉬웠다면 (조금이라도 독서모임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나한테 올 수밖에 없음 ㅋㅋ), 서울은 독서모임이 워낙 많은데다가 수요자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흩어져 있어서 타겟팅이 너무너무너무 어렵다. 사람은 넘쳐나지만 그 중에 독서모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가 너무 힘든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아직은 뾰족한 수는 없고, 어찌 되었든 꾸준히 모임을 열고 기록을 남기면서 레퍼런스, 아카이브를 남겨 두면 조금씩 사람이 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역시나 존버해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