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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의 사유하는 삶 Oct 28. 2022

사랑의 온도와 사랑의 용도

너무 소중해서 꼭꼭 품 안에 감추고 싶었던 나의 사랑에게




어린 시절,

당시에 유행했던 힐리스 운동화를 너무 갖고 싶었다.


그래서 그 적은 용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사게 되었는데

나에게 너무 소중한 나머지, 방 한켠에 고이 모셔놓고 밖에 신고 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몸이 커지고 나서야

이제는 나에게 맞지 않는 그 신발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중함을 핑계로 너무 아끼면 안 된다.


오히려 그걸 쓸 때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다.

마치 어린 시절 꼭꼭 품 안에 숨겨두었던 나의 힐리스 운동화처럼.


사물, 사람, 감정 등 모든 것은

그것이 가진 용도에 맞게 쓰일 때

비로소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힐리스는 신고 밖에 나가서

쌩쌩 바퀴를 굴리며 달려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물건인데


나는 힐리스를 사서 진열장에 올려놓은 채

종종 들여다보며 먼지를 털어주고


그저 바라보며

힐리스를 타는 나의 모습을 상상만 했다.


물론 신발을

관상용으로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그 사람들은

신발의 용도가 전시, 관상, 수집에 있었던 것이고


나는 힐리스를 타는 내 모습을 상상했기에

내 신발은 내가 신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그 신발이 날 품기에는 이미 내가 너무 커져버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까지 사랑과 연애도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

너무 소중해서 아끼려고 했고 부끄러워서 숨기려고만 했다.


사람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용도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쓰는 용도의 사랑을 좋아한다.


소중하고 부끄러울수록 더 꺼내놓고 더 사랑해야

서로의 온도가 높아지는 그런 감정.


아끼지 말고 정말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먼지까지 탈탈 털어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지닌 사랑이란 감정이다.





당신이 지닌

사랑의 용도는 무엇인가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용도에

걸맞은 사랑을 해왔고, 하고 있나요?


너무 늦게 깨닫게 되면,

그 감정이 날 담기에 이미 내 몸이 너무 커져버렸을지도


소중한 인연의 감정에

커져버린 내 마음을 억지로 욱여넣으려 하는 걸지도


이미 그 소중한 인연이 돌이킬 수 없이 떠나버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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