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16 첫째
시골 할머니댁에 오면 어린이들은 하루가 길다.
눈뜨자마자 개를 산책시키고,
땅을 파고, 돌을 줍고, 나무를 뽑고...
하루종일 새로운 일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설 연휴기간 동안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 덕분에
아이들은 이른 봄같은 햇볕아래서 시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새해아침 할아버지, 할머니께 새배를 드리고,
증조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산소를 찾았다.
집 근처 언덕에 있는 묘지.
두 분이 돌아가시기 전, 무덤이 없을때는 나도 자주 놀던 잔디밭이었다.
무덤주변 이끼를 정리하고 소주 좋아하시는 증조할아버지께 술도 한잔 올린다.
챙겨간 곶감도 나눠먹는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모두 좋아하는 곶감.
집으로 돌아오면 더 바빠진다.
부모님 댁에는 사과, 배, 복숭아 나무가 있는데
사과나무는 관리가 어려워 뽑아내신단다.
마침 땅만 파도 즐거운 어린이들이 있으니 겸사겸사 일하러 출발.
어른 키보다 조금 더 큰 사과나무 5그루.
뽑아 낸 나무 주변에서 꼼지락 거리며 놀다보면 시간이 금방간다.
부산 이모집에서 동물의 숲 게임을 하며 오렌지나무를 뽑았는데,
하루만에 실사판으로 삽질을 하고 있다.
일을 했으니 이제 놀 시간이다.
첫째가 시골집을 좋아하는 제일 큰 이유는 강아지 2마리다.
이제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서 "개"가 되었지만,
품에 안길만큼 작을때부터 봐온 딸에게는 여전히 '우리 몽실이'다.
두 마리 모두 진돗개인데, 하얀색 몽실이가 엄마, 호랑이무늬 호호가 딸이다.
시골 집 앞에는 유곡천이 흘러들어 빠져나간다.
큰 굽이 끄트머리에 시골집이 있는데,
유곡천변 자갈밭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진돗개 두마리와 자갈밭을 돌아다니며 돌을 줍는다.
예쁜 돌을 골라 주머니에 담고,
머리통 만큼 큰 돌은 강물에 던지며 튀는 물방울을 구경한다.
돌만 던질 뿐인데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슬슬 해가 넘어가고 강바람이 쌀쌀해 질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주워 온 돌을 늘어놓고 감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이제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시골에서 하루는 너무 짧다는 딸이 아쉬운 듯 말한다.
"역시 시골이 최고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