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밤이 좋을 것 같아

D+2449 둘째

by 바다별

부산에 와 있는 이틀동안 두 어린이는 8개월 아기의 팬이 되었다.



부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내일 아침이 오면 헤어져야 하는 사실이 슬픈 첫째가 말했다.

"아빠, 그런데 이틀만 자고 가는건 너무 짧은 것 같아."

"리안이 마음 이해해. 그치만 우리가 너무 오래 있으면 이모랑 이모부, 이찬이도 힘들거야. 다음에 이찬이 좀 더 크면 우리집에도 초대하자."


대화를 듣고 있던 둘쨰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나는 천밤 있어도 괜찮아."

"진짜? 그런데 이찬이 오면 너희들 장난감 물고 빨 수도 있고, 계속 양보도 해야할텐데?"

"그럼... 네밤이 좋을 것 같아."

둘째의 천일이 나흘로 줄었다.

너무 짧은거 아니냐는 물음에 '네밤도 길다'며 단호하게 답한다.


"아무래도 다섯살쯤 된 후에 오는게 좋겠어."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 첫째는 말이 통하는 때쯤 오는게 좋겠다며 방법을 내놓는다.


다섯살이 된다고 달라질까ㅎㅎ.

아이들과 이야기 하다보니 나 어릴때가 생각난다.

울산에 옹기종기 모여살던 친가 식구들은 한달에 한두번은 모여서 식사를 했다.

큰아버지댁에는 나보다 대여섯살 많은 사촌형들이 있었는데,

덕분에 언제나 신기한 장난감이 넘쳐났다.


형들 방은 나에게 별천지와 같았다.

이것저것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큰아버지는 장난감 하나를 덥썩 내손에 쥐어주시곤 했다.

그렇게 큰아버지댁에 갈때마다 형들의 장난감을 손에 쥐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얄미운 동생이었을까.

명절만 되면 방에 전시해둔 로봇을 책장뒤로 숨긴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형들은 항상 나와 잘 놀아줬고,

나도 사촌형들을 잘 따랐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고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연락이 뜸해졌지만

사촌과 만나 즐겁게 놀았던 기억은 여전히 추억으로 남아있다.


8개월된 아기를 가운데 두고

좌우를 둘러싸고 어찌할 바를 몰라 몸을 떠는 아이들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세월이 흘러 수는 줄었지만

명절이면 만날 사촌이 있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가야. 어서 쑥쑥 자라서 누나 형아랑 더 많은 걸 같이 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