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 적는 게 있었어!

D+2473 둘째

by 바다별

둘째는 아직 하루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낯설다.


"오늘 학교에서 뭐했어?"

이런 두루뭉슬한 질문으론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


"뭐가 제일 재밌었어?"

이것도 아니다.

"전부 재밌었어." 답하고 나면, 이어갈 말이 궁색하다.


화장실 몇 번 다녀왔는지, 급식 메뉴를 묻는 것도 이제는 식상하다.

둘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고민 끝에 새로운 질문을 떠올렸다.


"뭐가 제일 어려웠어?"

부정적 질문이긴 하지만,

설마 "전부 힘들었어."라고 하진 않을테니까...


"자기소개가 제일 힘들었어."

빙고! 드디어 잠겼던 입이 떨어졌다.


오늘은 반 친구들이 모두 자기소개를 했단다.

선생님이 준비해온 질문지를 채우고 발표하는 식이다.


이름과 반, 번호.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음식.

여러가지 질문에 답하고, 자신을 소개했단다.


"아! 제일 좋아하는 사람 적는 것도 있었어!"

오호~! 아빠를 적었겠군...

흐뭇하게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의외의 말이 나온다.


"누나 적었어~. 나는 누나가 제일 좋아"

엄마도 아니고 누나라지,

누나바라기 같으니라구...

호랑이보다 무섭다면서 그래도 누나가 최고인가보다.






둘이라 참 다행이다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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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주말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그렇고,

낯선 장소에서 손잡고 쫓아다닐 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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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혼나 울고있으면 달래줄 때 그렇고,

짖궂은 장난이라도 쳤다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서로 편들 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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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꼭 안고 잠든 모습을 볼 때 그렇고,

아침 나란이 학교가는 모습을 볼 때 그렇다.


"김리후! 너 누나랑 안 놀거야!!"

역정을 냈다가.

"누나는 마음대로 해서 싫어!"

투정을 부렸다가.

그렇게 서로 쌓아가는 시간이 늘고보니

어느새 엄마 아빠만큼이나 반갑고 즐거운 존재가 되었다.

세월이 더 흐르면

엄마 아빠보다 더욱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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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라 참 다행이다 싶은 때가 있다.

사실...

언제나, 늘, 항상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