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부대표 됐어!

D+3338 첫째

by 바다별

"엄마! 나, 부대표 됐어!"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학급 부대표가 되었다.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3학년부터 학급임원을 뽑는다.

딸은 남녀 구분없이 두루 친한데다, 상당한 오지라퍼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규칙을 칼 같이 지키는 건 엄마를 닮았다.

잘 어울릴 것 같아 권해봤는데 결국 부대표가 되어 돌아왔다.


나서기 좋아하는 친가 식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후보자 6명.

1, 2위가 같은 수가 나오는 바람에 결선투표까지 했단다.

요 며칠간 바빠서 공약발표도 한 번 봐주지 못했는데,

혼자서도 제법 그럴듯하게 해냈나보다.

치열한 경쟁 끝에 얻어낸 부대표 자리다.


"다들 종이에 적어와서 길게 발표하더라고, 내가 제일 짧았어. 그래도 나는 외워서 했어!"

제대로 준비한 친구들에 비해서 딸의 공약은 달랑 세문장.

그 정도면 외우기라도 해야 진심이 전해졌을거다;;


저녁식사 내내

어깨가 들썩들썩,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아이를 보고 있으니 나 어릴적 반장선거가 떠오른다.

한표 한표 확인하며 칠판에 막대기를 긋던 시절.

그때의 설렘과 긴장이 되살아난다.

얼마나 떨렸을까.

마침내 당선이 되었을 때의 기쁨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종류의 감정이었을거다.


"부대표 됐을 때 너무 좋았거든. 그런데 안 웃고 있었어. 떨어진 친구들은 슬플까봐..."

반에서는 꼭꼭 숨겨두었던 기쁨을 집에 와서야 마음껏 풀어둔다.

눈치있게 잘 했다고 칭찬해줬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남을 살피고 배려할줄 아는 아이.

게다가 앞에 나서는 것까지 좋아하니 학급 임원도 잘 할거라 생각한다.

SE-e947914e-8dc1-4888-bf6c-cc5a2cfdfe2f.jpg?type=w1 초등 2학년 때 생활기록부.



"내일부턴 바쁘겠네? 이제 부대표잖아?"

나의 질문에 딸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데 별로 할 일이 없어. 청소도 청소당번이 다 하고..."

"원래 학급 임원은 없는 일도 찾아서 하는 거야. 너 선거할 때 공약이 뭐였는데?"

"우리 반이 화목한 반이 될 수 있도록, 혼자 놀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다 같이 놀겠다고 했는데."

"그럼 엄청 바쁘겠구만! 내일부터 혼자 있는 친구 찾아다녀야겠구만!!"


공약을 지키려 애쓰다보면,

아무래도 딸은 반 아이들 모두와 훨씬 더 친해질 것 같다.

딸, 앞으로 더 멋지게 학교생활 해내길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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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오늘은 너무 고슴도치 제 새끼 자랑 글이라;;

양해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