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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하다.

아빠가 쓰는 출산일기_가족을 완성시킨 자연주의 출산 이야기

by 바다별

나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두 아이를 만났다.


자연주의 출산은 의료 개입을 줄이고 엄마와 아이가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출산 방식이다. 잘 알려진 출산 방법은 아니었다. 우리가 둥글이를 가졌을 당시에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이 전체의 0.1%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가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다. 자연주의 출산이 우리 가족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간호사 생활을 한 아내는 분만실은 산모와 아이에게 친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굴욕의자’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분만대는 존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 아래에서, 출산과 동시에 엄마와 분리되는 환경도 신생아에게는 폭력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아내는 출산 과정에서 남편이 제외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싶어.”



처음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자연주의 출산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TV를 통해서 스쳐봤던 ‘수중분만’ 같은 건가?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선뜻 아내의 의견을 따를 수 없었다. 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것이 위생적이고 선진적인 병원 시스템보다 못 미더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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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아내의 도움을 받아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공부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책을 탐독했다. EBS 다큐멘터리 “자연주의 출산을 아시나요?”는 자연주의 출산을 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자연주의 출산과 관련된 책을 통해 출산 시 남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자연주의 출산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다음 세가지를 꼽는다.


첫째, 자연주의 출산은 약물 사용과 의료적 시술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에 비해 산모의 회복이 빠르다. 둘째, 자연주의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출산 직후부터 엄마와 지내면서 애착 형성과 면역력 증가에 유리하다. 셋째, 남편이 함께 출산을 경험하게 되면서 아내와 아기에게 더 큰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공부 할 수록 아내와 뜻이 같아졌다.



“그래, 자연주의 출산을 해보자.”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한 후, 아내는 본격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한 곳을 물색했다. 아내는 병원 2곳과 조산원 1곳을 후보로 두고 후기와 평가를 살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마스 조산원”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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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스 조산원”의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출산실은 마치 침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대학병원과 협진 중인 것도 마음이 놓였다. 출산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이동하여 의료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출산 후 교육 프로그램도 있었다. 출산 후 1주일간 조산원에 머물면서 수유와 아이 돌봄을 배우고, 도움받는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산후조리원과 달리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방을 사용하고, 남편까지 같이 생활할 수 있었다. 당시 산후조리원은 남편도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많았다. 조산원에서 상담을 마친 후 아내와 나는 “마마스 조산원”에서 출산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우리 부부는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주변에 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응? 자연주의 출산이 뭔데?”



첫 반응은 대체로 자연주의 출산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가끔 제왕절개없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자연분만과 혼동하기도 한다. 약물처치나 수술 없이 조산원에서 출산한다고 설명해 주면 심각한 표정으로 되묻기도 한다.



“병원에 안간다고? 좀 위험한 거 아니야?”



사람들은 하얗고 반듯한 병원만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출산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 ‘조산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허름한 시골집이 떠올랐으니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조산원은 어느 병원보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아내와 아이를 스쳐지나가는 병원의 환경과 비교하면, 우리 부부를 포함해 4사람이 함께한 출산이 훨씬 따뜻하고 차분했다. 무엇보다 출산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계속 아내의 곁에 있을 수 있었고,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도 내내 우리와 함께 있었다.


어떤 출산 방법이 더 낫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자연주의 출산이 가족의 완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통해 두 아이와 만났다. 두 번의 경험으로 내가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자연주의 출산은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이 아니라 가족이 태어나는 과정이었고, 절대로 후회할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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