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85 첫째
토요일은 첫째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
집 근처 키즈카페 파티룸을 대여하고 딸 친구 둘을 초대하기로 했다.
키즈카페에서 하는 생일 파티는 부담이 적다.
먹을 것만 챙겨놓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잘 놀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거의 모든 준비를 아내가 마쳤으니, 나는 파티 당일 현장에서 일손만 되어주면 될 터였다.
토요일 오후 생일파티를 앞두고, 나는 불금 새벽까지 일을하다 4시가 넘어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좀 무겁긴 했지만 괜찮다.
어차피 오후에는 키즈카페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편안히 쉴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이 생일파티를 준비하며 나는 책도 한 권 챙기고 이어폰도 챙겼다.
'여유롭게 커피 마시며 책도 읽고, 중간중간 눈도 붙이면 되겠군.'
나는 나만의 이유로 딸의 생일파티를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음식준비를 마칠때쯤 친구들이 도착해고 생일파티가 시작됐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음식은 안중에도 없이 놀기 바쁘다.
좋아. 여기까지는 계획대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는데, 이놈의 오지랖이 문제다...
초등학생 3명에 우리집 둘째까지, 어린이 4명이 노는 걸 보다보니 2% 부족하다.
신나서 뛰어다니긴 하는데, 이내 텐션이 떨어진다.
'아... 그렇게 노는 거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아빠랑 같이 놀까?"
그렇게 2시간이 넘도록 하드코어 키카 놀이가 계속됐다.
술래잡기, 보물찾기, 뛰다 지치면 무궁화꽃을 했다.
우리를 지켜보던 다른 어린이들이 하나 둘 합류하고,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키즈카페 어린이들이 태반이 같이 놀고 있다.
정신없이 노는 어린이들 속에서 시커먼 아저씨 하나.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되었다.
생일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딸이 스마트워치를 내민다.
화면에는 걸음수 9266이 기록돼 있다.
키즈카페 3시간에 9천보ㅎㅎㅎ 내가 괜히 뿌듯하다.
"아빠, 아빠는 생일파티 많이 가 봤어?"
"글쎄? 많이 가보지 않았을까? 왜? 별로 못 가 봤을 것 같아?"
"아니, 아빠같이 재미있는 친구라면 언제라도 환영이지.
아빠랑 놀고 있으면 다들 와서 같이 놀자고 하잖아. 그러면 나는 좀 뿌듯해."
오늘도 뿌듯한 아빠였구나.
애썼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