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는 오늘도 자신에게 맞지 않은 야상점퍼를 입고 집을 나선다. 덩치가 큰 남자가 입어도 되었을 것이지만 유리는 그 옷만 입는다.
"유리 학생, 학교 가는 거야? 아님 알바?"
"안녕하세요? 저 오늘은 수업이 없어서 알바가요. 수고하세요."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 할아버지의 살가운 인사에 유리도 환한 미소로 답을 한다. 몇 세대 살지 않는 작은 맨션이지만 10년 넘게 경비실 쪽방에 살며 경비 일을 하는 할아버지는 입주민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다.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어디 빌붙을 친인척 하나 없는 신세다 보니 경비랍시고 받는 몇 푼과 쪽방이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땅은 얼어있어~ 걸을 때 조심하라구. 여기 비탈길이 여간 위험한 게 아니야~"
"아~네. 감사합니다. 조심할게요"
"그래~ 그... 저번에 미끄러져서 101호 선아 아버지가 그 난리가 났잖아. 그리고 유리 학생도 눈 온 다음날이던가... 미끄러져서 차에 치여 십일 넘게 입원했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
"네 알죠, 알죠. 조심할게요. 할아버지 이거~~"
이유리는 경비 할아버지의 오지랖이 더 넓어지기 전에 얼른 호주머니에 넣어 둔 귤을 꺼내 빗자루를 잡지 않은 할아버지의 손에 쥐여주고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뛰어간다. 귤을 호주머니에 넣은 경비 할아버지는 뛰어가는 이유리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301호 남자 박영진을 향해 '어이~ 이제 출근하시나~'라며 걸음을 옮긴다.
이유리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가방을 메고 모자를 푹 눌러쓴 선아를 발견한다.
'뭐야? 선아잖아. 요즘 얼굴도 잘 안 보이더니 어디 가는 거지?'
선아와는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학교가 나뉘고 나서부터는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선아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경찰이 시시때때로 출동해 동네를 소란스럽게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을지도 모른다. 경찰 사이렌 소리에 놀라 구경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퉁퉁 부은 선아의 눈과 놀란 유리의 눈이 마주쳤던 그 시점, 그날 이후로 둘은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선아가 버스를 탔다.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다. 어디로 가는 걸까? 유리는 매연을 내뿜으며 사라지는 버스를 미련 가득한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다 핸드폰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 화면에 쓰인 '엄마'라는 글자에 유리의 가슴이 덜컥한다.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짜증 섞인 목소리에 한없이 작아지는 유리다.
"죄송해요, 아르바이트 가는 중이라 소리를 못 들었어요."
"아르바이트? 오늘 학교 수업 없어?"
"네. 기말시험이 끝나고 시작했어요. 엄마...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주말에 집에 한 번..."
가도 되겠냐고 물어보려던 유리의 말을 엄마는 매몰차게 싹둑 잘라버린다.
"그랬었니? 엄마가 정신이 없구나. 그래 밥은 챙겨 먹고 다니지? 예전부터 네가 할 일은 알아서 잘했으니 별 걱정은 안 한다만... 그건 그렇고 혹시 오늘이 아르바이트비 받는 날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 네, 엄마. 오늘이 월급날이에요. 안 그래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주신다고 했어요. 받으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 그래. 고맙다. 그것 때문에 전화 한 건 아니고, 겸사겸사 전화한 거야. 그리고 다음엔 월급 나오면 엄마가 전화하기 전에 네가 먼저 전화 좀 해라. 꼭 딸내미 일 시키고 돈 뜯어내는 엄마 같아 기분이 영 안 좋네."
용건이 끝난 엄마의 전화가 툭! 하고 끊겼다.
'겸사겸사가 뭔데? 돈 때문에 전화한 거면서... 돈 뜯어내는 엄마 같다고? 그럼 아니야? 내가 무슨 돈 버는 기계야? 나를 딸로 생각하기는 해?'
유리는 엄마와 전화할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그놈의 '알아서 잘한다'는 주문에 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늘 똑같은 말. '알아서 잘한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계속 늘어놓는 걸까? 내가 언제 알아서 잘했었던 적이 있었나? 엄마가 알아서 잘한다고 하니 억지로 했을 뿐인데...'
유리는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밥을 잘 먹고 다니지 않았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먹는 밥이 하루의 전부였다. 더군다나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날은 이제 오지 않는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경기가 안 좋아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쓸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나도 잘 살고 있지 않은 유리에게 엄마는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고 말한다. 아니 꼭 '혼자 잘 살아가는 아이'여야만 했다. 엄마에게 유리는 그랬다.
"유리 학생, 미안해.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말이야. 다음에 또 일손 필요하면 꼭 전화할게. 그동안 고마웠어."
"아니에요. 감사했습니다."
"그래그래, 아유~ 싹싹하고 열심히 해줬는데 아쉽네. 한 번씩 놀러 와~"
이유리가 일했던 백반집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자주 먹으러 오던 곳이었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있었고, 손님들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은 잘라도 유리 학생은 못 자른다며 큰소리치던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나이 많은 주방 아주머니에 밀려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월급을 가방 깊숙이 넣은 유리는 곧장 은행으로 갔다. 기계로 송금하기를 누르고 돈을 전부 입금했다. 돈은 촤르르~~ 소리를 내더니 기계 속으로 덜컹 들어가 버렸고 화면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젠 어디로 갈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유리는 은행 앞에서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뭐 그리 바쁘다고 저렇게 빨리 걸어가는 걸까? 그래봐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오는 것도 아닌데... 유리는 천천히 근처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유리는 어려서부터 무관심한 부모로부터 '알아서 해'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으며 자랐다. 어린 유리는 공장에 다니는 부모님이 퇴근하기 전까지 혼자 밥을 해 먹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그러면 부모님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유리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유리는 머리를 쓰다듬는 것 말고 엄마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집안일을 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현관문 앞에서 차렷 자세를 하고 '다녀오셨어요'를 크게 외쳤다.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엄마의 팔 길이만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유리의 부모님은 늘 피곤했다. 한 번씩 술을 마시고 싸우기도 했고, 이혼하자며 욕을 주고받기도 했다. '지긋지긋하다. 사라지고 싶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럴 거면 애는 왜 낳았냐'는 말들을 듣고 자랐다. 그럴수록 유리는 더 열심히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국을 끓였다. 자신이 부모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유리 부모의 생각은 달랐다.
"제는 징그러워. 어린 게 꼭 어른같이 행동하는 게... 입을 꼭 다물고 쳐다볼 때는 속으로 뭘 생각하나 소름 끼친다니까."
"놔둬! 집안 사정도 모르고 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들보다 났지 뭐. 제까짓 게 생각하면 뭐 어쩔 건데... 됐고, 배고픈데 라면이나 끓이라고 해."
이유리는 4학년이 될 때까지 가끔 바지에 실수를 했고, 급식을 먹고 토했으며, 몰래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다가 걸리기를 반복했다.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을 학교로 불러 유리가 불리 불안이 있는 것 같다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유리 엄마는 선생님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저희가 사는 게 힘들어서 얘를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우리 불쌍한 유리 잘 좀 부탁합니다.'라고 했지만, 집에 와서는 '한 번만 더 이런 일로 부를 거면 학교 때려치우고 공장이나 가'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을 유리 아빠는 '그딴 거 진작 때려치웠어야 했다'라고 그냥 학교 가지 말고 내일부터 돈이나 벌러 다녀라고 했다.
사랑이 있기는 했을까? 정말 이럴 거면 나를 왜 낳은 것일까? 유리는 반항하고 울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유리가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너무 컸다. 안기고 싶고, 눈을 마주 보고 웃고 싶었다. 한 번만 그렇게 해 준다면 내 목숨까지도 내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는 유리가 웃을 때마다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유리에게 원한 것은 복종과 순응뿐이었다.
집안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빠가 기계를 혼자 만지다가 팔이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는 것이다. 바닥이 빨갛게 물들었다고 했다. 아빠의 고함소리에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수술은 잘 되지 못했다. 치료를 받는 도중 갑작스러운 마비도 왔다. 회사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데 혼자 보고도 하지 않고 일을 했으니 회사 규정 위반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했다. 번듯한 보험도 없었다. 다달이 내야 할 돈이 늘어가자, 유리는 학교를 마치고 아르바이트하며 병원비를 벌어야 했다. 대출을 하고, 사채를 썼던 엄마는 어느 날, 더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벽에 부딪쳤다.
"유리야, 아빠 병원에서 퇴원시켜야겠다. 마침 아빠 고향에 사람이 안 산다는 시골집이 있다고 하니 그곳으로 가야겠어. 혹시 아니?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면 산송장 같은 네 아버지 움직일지. 자리 잡히면 연락할 테니 너는 여기서 돈 벌면서 기다리고 있어. 누구 하나는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니. 빚도 갚고 하려면 말이야. 알아서 잘할 수 있지?."
이유리에게 없던 어머니의 사랑은 아버지에겐 화수분처럼 흘러넘쳤다. 유리는 씩씩하게 짐을 싸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버려지고 있음을 느꼈다. 신기한 것은 엄마의 말대로 시골로 내려가고 몇 달 뒤 아빠의 생체 반응이 시작되었다. 굽어진 손가락을 움직이고 어눌한 발음이 새어 나왔다. 엄마에게 생긴 희망은 유리에겐 채찍이 되었다. 매일 유리에게 전화해서 어제보다 낫다고 좋아했다가 힘들다고 악을 썼다가 돈이 필요하다며 떼를 썼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이유리는 말라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겨두고 모든 돈을 부쳤다. 그래도 엄마는 돈을 더 주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라고 했다.
"너 돈이 이게 다야? 어디 숨겨둔 거 있는 거 아니야? 아빠가 이렇게 된 것도 다 너 때문인 거 알지? 너 키우느라 무리해서 일하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막말로 우리 둘만 있었으면 뭐 하러 아빠 혼자 늦게 일했겠니. 안 그러니?"
"네... 죄송해요. 그런데 진짜 그게 다예요. 요즘 경기가 안 좋다고 시간이 줄여서 그런 거란 말이에요. 진짜예요."
"됐고! 다른 아르바이트 더 알아봐. 이 돈으로 아빠 약값이나 나오겠니? 아빠가 났기를 바라기는 한 거니? 아휴~~ 능력도 없는 딸 둔 내 팔자를 탓해야지 누굴 탓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안 좋았다. 아르바이트를 자주 옮기다 보니 그나마 벌었던 돈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리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공원을 돌아다니는 발걸음이 느리다. 사고 난 다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유리는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끝났다는 것은 이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홍으로 물드는 서쪽 하늘을 보며 아버지가 흘렸다던 붉은색 피를 생각했다. 더 붉었어야 했는데... 선아의 말을 들었어야 했을까?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 유리는 공원에서 내려와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가득한 도심 속으로 스며들었다. 핸드폰을 열어 가야 할 곳의 위치를 파악하고 목록들을 점검했다. 유리는 마트로 갔다. 저녁시간대가 되어서 그런지 마트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땡 처리 데이'라는 플래카드가 운동회 만국기처럼 천정 가득 달려있었다. 이유리는 카트를 밀고 사람들 틈에 섞여 물건들을 담았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마다 뭘 파는지 같이 기웃거렸고 같이 흩어졌다. 마트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이유리의 덩치보다 큰 야상점퍼는 점점 부풀었다. 마트를 세 바퀴 돌았을 때쯤 이유리는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떨렸지만 이번엔 좀 더 여유로웠다고 생각했다. 이유리는 물건이 담긴 카트를 한쪽에 밀어버리고 마트를 조용히 나왔다.
"이제 집에 오는 거야?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나네. 다 큰 처녀가 이렇게 밤늦게 다니면 안 돼. 요새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네, 오늘 손님이 많아 좀 늦었어요."
이유리는 꾸벅꾸벅 졸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든 경비원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갔다.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거실로 밝은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힘껏 참았던 숨을 뱉자 하얀 입김이 유리의 입에서 나와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유리는 입고 있던 야상을 벗었다. 감추었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햇반, 볶은 김치, 단무지, 라면, 참치캔, 휴지 등이 거실 바닥에 굴렀다. 이유리는 그것들을 멍하니 쳐다보다 소파에 누워버렸다. 울고 싶었다. 죽고도 싶었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부모만 없다면 혼자서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이다. 엄마라는 사슬, 사랑이라는 집착에서 그만 자신을 놔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유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없어. 내 삶은 이래선 안 돼. 악착같이 살아서 엄마의 사랑을 받을 거야. 그때가 오면... 그런 날이 오면, 그땐 내가 그 사랑을 차버릴 거야. 그깟 사랑, 개한테나 줘버릴 거야. 울고 불고 나한테 매달리며 잘못했다고 하는 말을 꼭 듣고 말 거야.'
서러운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될 때쯤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엄마한테서 온 문자였다.
"유리야, 월급을 좀 더 주는 곳으로 알아보라고 했는데, 그래서 알아봤니? 아빠 약 값이 많이 들어서 네가 준 돈으로는 택도 없이 모자라는 거 알지? 어떡하겠니, 아버지 치료는 해야 하고 엄마는 아버지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인데.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때까지 키워줬으면 우리도 자식 덕 좀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네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니? 꼴랑 돈 몇 푼 쥐여주는 것 말고 더 있니? 나 같으면 잠도 안 자고 일해서 아버지 치료하는데 보탤 거다.... 아무튼.... 다른 일자리 구해지면 문자 줘라."
구름에 달빛이 사라졌다. 컴컴한 거실에서 기괴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키키키키키~~ 꺽~~ 키키키키키키~~~ 꺽~~~
이유리는 울면서 웃었다. 계속 울면서 웃었다. 눈물도 웃음도 멈추지 않았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기괴한 소리는 복도까지 들렸고, 그 소리는 빈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오르던 선아의 귀에까지 울려 퍼졌다.
'스스스스~~~'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다. 구름이 걷히고 좀 전보다 더 밝아진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달빛이 거실을 비췄다. 참치캔, 햇반, 단무지, 라면, 휴지 그림자가 점점 커지며 거실바닥을 어지럽게 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