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 가지 '힘'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힘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무력, 즉 상대를 신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힘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차차 다른 것들도 힘의 범주에 넣기 시작합니다. 돈도 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보다 강력한 힘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권력도 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강압할 수 있는 위력이니까요. 어쩌면 전통 또는 관습도, 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그 힘이 좀 약해졌지만, 이 힘은 사람들이 이전에 움직였던 바로 그 방식으로 다음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강제합니다.
인간의 삶에 관여하고 작용하는 다른 힘들도 있을까요? 아름다움은 어떨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모이게 합니다. 그들을 매혹함으로써 말이죠. 권력 등이 사람들의 외투를 벗기려 하는 거센 바람이라면, 아름다움은 그들이 스스로 더운 외투를 벗게 만드는 따스한 햇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좀 다르지만 이 또한 힘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사랑 또한 강한 힘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랑 때문에 많은 것을 하니까요. 연인 간의 사랑만을 포함하지 않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다 고려한다면, 어쩌면 사랑은 우리 삶의 최종적이고도 궁극적인 힘일 것입니다.
지성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힘이죠.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지요.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부패한 자가 돈과 권력과 같은 힘을 지니고 약자들을 강제할 때가 있습니다. 그 견고하고도 완전해 보이는 힘에 대항할 때, 약자들은 그 무엇보다도 펜의 힘에 기댑니다. 그들은 부패한 자의 불합리함과 정의롭지 못함을 밝히는 데에 집중하죠. 냉철하고도 날카로운 말 한마디나 글 한 편으로 인해서,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의 부조리함을 인식하게 되면 역사는 뒤바뀌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지성은 중요한 힘입니다.
도덕성을 힘이라고 한다면, 몇몇 분들이 고개를 저으실 것 같습니다. 그토록 모호한 힘은 힘이 아니라고 하면서요. 또한 도덕성은 현재 우리나라에 많이 결핍된 힘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더 옳고 정의로운 편을 따르고자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오늘날 정의로운 자가 과연 존재하느냐는 회의적인 물음은, 그 자체로 정의에 대한 갈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 즉 도덕성을 지닌 사람들은 희귀하기에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 밖에도 수많은 힘이 있겠지만, 저는 이 여덟 가지 힘을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힘들을 문학을 통해 살펴볼 작정입니다. 특히 고전이라고 인정되는 작품들을 통해서 말이죠. 그 이유는 문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시대를 관통해서 흐르는 진실들을 나타내는 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 읽든지 상관없이, 무릎을 치게 만드는 책들이야말로 고전으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는 책들이니까요.
문학은 인간을 다룹니다. 무력을 제외하고, 제가 언급한 모든 힘들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힘들입니다. 동물에게는 이러한 힘들이 아무 소용도 없죠. 저는 위 여덟 가지 힘들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힘마다 다양한 양상을 포함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각 힘마다 총 5권의 문학고전을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힘의 전반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도록요. 고전문학 속으로 떠나는 이 여행을 저와 함께 해주신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그럼 괜찮으시다면, 먼저 아름다움의 세계 속으로 떠나볼까요. 첫 번째 작품은 문학사에 가장 빛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2024.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