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동생이 왔다.
어제 바빠서 못 올 거 같다더니 어떻게 왔냐고 물으니 어젯밤 꿈에 아버지가 돌아 가시는 꿈을 꿔서 걱정돼서 왔다고 했다.
나는 동생에게 꿈도 꾸냐며 얘기를 끝냈다.
문득 아버지가 돌아 가시는 이야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동생의 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아니, 난 항상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늘 언제나 부모님이 언젠가는 떠나실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그게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 홀연히 부모님 중의 한분이라도 갑자기 떠나실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감히 "돌아가신다"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나는 부모님의 부재가 걱정되고 막막하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인지상정인지라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게 세상사라 할지라도 그걸로 나의 심정을 위로받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어제 부모님 댁에 들르니 아버지께서 "힘도 없고 밥맛이 없다"시며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링거액이라도 하나 맞으시자고 하니 싫다 하시고, 저녁 무렵에는 기운 나게 염소탕이라도 한 그릇 사드리겠다고 하니 그것도 싫으시단다.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의 부재를 항상 생각해 오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내 생각을 지배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우리 집 가까운 시골로 모신 것도 그런 걱정을 덜어 보고자 하는 나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부모님께서 연세가 드셔서 돌아가시는 거야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자식 된 입장에서 한 번은 맞닥뜨려야 하는 이별의 슬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부모님께 드리는 건강하시라는 덕담도 이제는 그 효력이 다한 것일까?
이제 어떻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가올 부모님과의 이별에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껏 주변의 지인들의 이별을 보면 그저 슬퍼하다가 시간이 약이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가깝게는 작년에 돌아가신 장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동안 아내는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에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희미해져 갈 것이다.
나는 이제 마음을 다시 먹어 본다.
오늘부터라도 부모님을 무시하지 않고 좀 더 진심을 다해 정성으로 대해드리기로 다짐해 본다.
어느 날 홀연히 내 곁을 떠나가신다는 생각을 하면 어떻게 부모님께 함부로 할 수 있으며 내 기분대로 말할 수 있겠는가?
부모님께 절대 화내지 않고 설령 부모님이 잘못된 생각으로 행동하고 말씀하시더라도 기꺼이 친절하게 대해 드리겠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부모님이 떠나 시더라도 조금만 슬퍼하고 그리워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