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이웃집들은 감나무에 약 다쳤는데 우리는 언제 칠 거냐며 닦달을 하셨다.
주말에 벼락같이 본가로 가서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감나무, 복숭아나무, 단감나무, 그리고 고추나무까지 구석구석 시원하게 방제를 해 드렸더니 아주 흡족해하셨다.
옆에 계시던 아버지는 옆집에 들어가서 우리 밭에 약치는 걸 보시고는 이웃에서 싫어할 텐데 그냥 치우라시며 화를 내신다. 평생을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시는 융통성 하고는 거리가 먼 아버지 성격은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다.
남들은 아버지를 법 없이도 사실 분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법의 보호를 꼭 필요로 하는, 법 없이는 살 수 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도로 오시고 나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면 텃밭에서 풀을 뽑고 물을 주며 소일을 하신다.
그리고 내게 선언하셨다.
더 이상 아버지의 잔소리와 성냄과 아프다는 소리에 얽매이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할 일을 하겠다는 외침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말 않고 응원해 드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6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도 성격이 극명하게 다르고 닮은 구석을 찾기는 힘든 거 같다.
굳이 닮은 점을 꼽으라면 결백증에 가깝도록 청결함을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청결함으로 치면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좀 더 심하다.
방바닥의 티끌 하나 머리카락 하나도 용납하시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점을 전혀 닮지 않았다. 아이러니하다.
점심때가 되자 아내가 장인어른을 모시고 농막으로 왔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적적해하시던 장인어른은 주말이면 청도의 부모님 댁에 놀러 오시는 게 일상이 되었다.
맑은 공기 마시며 바람도 쐬고 아버지와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곤 하신다.
노년에 같이 늙어 가며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고 의지하며 살아 가시는 듯 해 뿌듯하다.
장인어른은 일요일에도 농막에 들러 당신만의 힐링 시간을 보내고 가셨다.
지난해 내가 했던 가장 보람을 느끼는 두 가지 일은 부모님 댁을 부산에서 청도로 이사해 드린 것과 청도 밭에 농막을 지은 것이다.
어머니는 청도로 이사 오면서 당신만의 텃밭이 생겼고 아버지는 더 이상 힘든 비탈길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었다.
장인어른은 외롭고 적적한 주말에 청도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정도 느끼고 마음껏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을 보내신다.
각자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세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노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당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 가리라 다짐해 보지만 지금의 그분들의 삶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아름답게 살아가는 노년은 더 값진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