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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迷信)도 유전이 되나?

by 석담

어릴 적 부엌 한 구석에 깨끗한 물 한 그릇 떠놓고 두 손 모아 비는 어머니를 본적이 종종 있었다. 그 전통(?)은 아직도 여전해 애들 수능 보기 전에도 행 해졌고 오래전 내가 병상에 누워 큰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도 어머니의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어머니의 기도하는 방식이었고 신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가끔씩 문 밖에 뿌려진 소금을 보면서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국민학교 다닐 무렵 배움의 자만감으로 어머니의 믿음을 미신이라 빈정대며 그런 거 집어치우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미신만 따른 건 아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범어사의 말사를 찾아 보시도 하고 불공도 드리고 오셨다.

중학생 시절 어머니 따라 몇 번 갔던 기억이 난다.

일반 사찰에도 산신각이니 칠성각이니 하는 민간 신앙과 불교가 절묘하게 결합한 기도의 공간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머니 미신의 대형사고는 나의 병 중에 일어났다.

스님이 써 주신 부적을 어머니와 장모님이 태워서 그 잿물을 내게 먹도록 하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내도 말리지 않았고 나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서 기꺼이 받아 마셨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그 부적 탓인지 나는 기사회생하여 잘 살고 있다.


어머니와는 정반대로 아버지는 미신이라면 말도 못 끄집어낼 철저한 반대주의자였다. 엄밀히 말하면 무신론자라고 해야 맞다. 한 번도 어머니의 미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는 분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아버지가 달라졌다.

올해 여든넷의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교회를 나가신다.

일요일이면 몸을 깨끗이 하시고 교회를 착실히 다니신다.

무신론자가 유신론자로 바뀐 이유는 지금도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


아내도 미신이 대물림된 걸까?

대표적인 것들이 점 보기, 사주팔자, 신수, 관상 이런 것들에서 더 나아가 이사 날, 이사 방향, 승진운 등

다양한 운명 미리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나는 딱히 아내의 미신 활동에 제동을 걸 진 않았지만

나 조차도 풍수지리니 남향집이니 하며 미신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빼앗겨 있다.


요즘도 우리 부부는 상가에 다녀오는 날에는 문 앞에서 소금 세례를 한다. 마치 귀신이라도 붙어 있는 냥.

맹목적인 미신 활동은 지양되어야겠지만 신앙이나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행위도 다 나름의 사연과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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