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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스마트폰

by 석담

어머니는 옛날에 나온 폴더폰을 오랫동안 사용해 오셨다.

주로 자식들의 전화를 받거나 친지들이나 이웃들과의 연락을 주고받을 용도로 긴요하게 사용하셨다.

간단하게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주요 기능이고 가끔은 내가 보내드린 딸들의 사진을 보기도 하셨다.

밭에서 일을 하실 때나 집에서 설거지하실 때도 어머니의 휴대폰은 항상 근처의 탁자 위나 소파 위에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곱게 놓여 있었다.


나는 매일 퇴근 시간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날씨 이야기와 아버지의 안부, 그리고 어머니의 하루 일과를 묻는 간단한 안부전화이다.

그때마다 어머니와 나의 소통의 매개는 어머니의 빨강 휴대폰이었다.

하루라도 안부전화를 거르는 날이면 퇴근 후에라도 걱정이 되신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하셔서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스럽게 물으시곤 하신다.


그렇게 오랫동안 어머니와 나의 소통의 전령사 역할을 하던 그 빨강 휴대폰이 며칠 전부터 고장의 조짐을 보이더니 아예 먹통이 되어 버렸다.

지난 주말 본가에 갔던 아내와 둘째 딸은 할머니를 모시고 청도 읍내로 나갔다.

그리고 휴대폰 대리점에서 할머니의 새로운 휴대폰을 계약했다.


그날 같은 시간대에 나는 어머니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나는 당연히 어머니가 새 폰을 개통하신 걸로 알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스마트폰을 사드렸다는 소리에 나는 일말의 불안이 밀려왔다. 여든다섯의 할머니가 스마트 폰을 잘 사용하실지 의구심이 생겼다.


아내의 설명과 나의 거듭된 설명에도 어머니는 스마트폰의 사용법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았다.

나는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아내가 왜 어머니에게 스마트폰을 사드렸는지 의문을 갖기도 했다.

어머니는 나름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셨지만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머니께 난제였다.


고민에 빠진 나는 문득 가수 GOD의 노래 "어머님께"를 떠올렸다.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자장면이 싫다고 하신 어머님의 말씀이 진심이 아니듯 스마트폰을 어머니가 싫어하실 거라는 내 생각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 하셨다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장인어른이나 회사의 사장이나 팔순의 나이에도 스마트폰을 멋지게 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어머니도 신명 나게 스마트폰을 쓰실 거라고 믿고 싶었다.


나는 며칠 동안 어머니께 전화를 걸면서 어머니의 스마트폰 적응 정도를 유심히 체크해 보았다.

여러 번 신호가 가도 받지 못하는 어머니,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끊고 나면 다시 걸려 오는 어머니의 전화...

나는 어머니가 어렵사리 스마트폰에 하루하루 적응해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전화를 받고 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듯했다.

https://m.blog.naver.com/cheong-do/223792278807?view=img_3

그래서 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어머니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노인들을 위한 무료 방문 스마트폰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읍사무소를 통해 마을 이장님과 협의하여 어머니를 포함한 노인 몇 분을 모시고 스마트폰 무료 방문교육을 꼭 받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장님은 노인들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낮아 장담은 못하지만 교육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셨다.


가까운 미래에 어머니도 우리들같이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모습을 그려본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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