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엄마의 판에 박힌 멘트에 화가 났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가슴 깊은 곳에서 기어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빨리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만 간절하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의 모임과 작은딸 기숙사 입실 때문에 상경하는 바람에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
다행히 남동생이 주말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근처 식당에서 외식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동생의 부모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
월요일 오후 회사 마치기가 바쁘게 청도로 향했다.
부모님도 뵙고 밭에 엄마가 심어놓은 배추와 무의 상태도 살펴야 해서 주초인데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출발하면서 전화를 드리니 엄마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주말에 밭일을 많이 해서 몸살 났다. 내일 병원 가봐야겠다." 엄마의 그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났다.
왜 어른들은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일을 하는 걸까?
"이제 우리 밭에 오지 마이소."
나는 화가 나서 엄마한테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코로나라는 단어와 확진이라는 단어가 번갈아 떠올랐다.
"내일 바로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받아 보이소"
오늘 저녁에는 아버지와 각방을 쓰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병원 문 열었을 시간에 엄마한테 다시 전화를 했다.
"나 확진이란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여든 한 살인 엄마의 코로나 확진은 내게 큰 걱정이다. 또한 여든넷의 아버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모님께 온순하고 항상 최선을 다했던 동생이 외식을 가서 부모님이 확진됐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렇지만 좋은 의도로 한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고 동생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두 분 다 백신 4차 접종까지 마쳤는데 이제야 확진이라니...
아버지가 확진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두 분 다 이 코로나 위기를 잘 넘기시고 다시 우리 가족들과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모님은 우리 곁에 그냥 계시기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 본다.
그리고 내가 아는 그분께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