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아프지 마요

by 석담

지난 일요일 청도 본가를 떠나면서 무심코 들었던 어머니의 한마디가 생각난 것은 며칠 후 어지럽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나서였다. 주말 농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는 좀 어지럽다고 하셨는데 나는 별일 아니려니, 주무시고 나면 괜찮으리라 그렇게 나의 희망사항만을 위안 삼으며 넘겨 버렸다.

여간해서는 아프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게 예사롭지가 않았다.


청도에 있는 병원에서 약을 타 드셨는데도 차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인 나의 주치의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뇌 mri를 찍어 봐야 한다고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대학병원은 당일 촬영이 힘들어 시내에 있는 영상의학과에 전화를 해 오후에 촬영 예약을 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둔하고 회사를 조퇴했다.


청도로 향하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극단적인 상상까지 하는 나를 보면서 그동안 어머니에게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후회가 밀려왔다.

청도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약을 타 드셨던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고 본가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대구로 향했다.


MRI 촬영은 4시로 예약이 되어서 서둘러서 가야만 했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신용카드와 현금을 들고 와 내게 주시며 계산할 때 쓰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언제 챙기셨는지 박카스와 사탕, 껌을 가방에서 꺼내 내게 주셨다.

어머니는 가는 내내 동네 이웃 이야기와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놓으셨다.


병원에 도착해서 MRI와 MRA 촬영을 진행했고 나는 대기실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디 가는 시간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서 어지러움증의 원인을 검색해 보니 10가지도 넘는 사례가 있었다. 감히 무어라고 예단할 수 없는 다양한 병의 증상으로 어지러움증은 나타났다.


40분쯤 지나고 검사가 끝났다. 어머니는 어두운 얼굴로 검사실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판독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거의 6시가 다되어서야 의사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결과는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도 다소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내 주치의에게 톡으로 결과를 알렸더니 이석증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전화로 어머니께 소고기나 염소탕을 영양보충을 위해 사드리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나는 다시 청도에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길고도 힘든 하루가 지나갔다.

어머니는 그다음 날 청도의 신경과에서 약을 타 드시고 많이 호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어머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여생을 보내시기를 손 모아 간절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