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26년이 되었다.
정확히 1997년 4월 27일에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황제예식장이라는 곳에서 아내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1년 후인 1998년에 큰 딸이 태어났고 2003년에 작은 딸이 태어났다. 우리 부부의 사랑과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가 26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 온 원칙(?)이 하나 있다.
26년 전 웨딩촬영 때 찍은 사진을 대형 액자로 만들어 아파트 거실에 걸어 둔 전통(?)이 26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웨딩 사진을 수 십 년 동안 집에 걸어두는 부부는 흔치 않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이사를 너 댓 번 다녔는데 그때마다 이 액자는 변함없이 거실을 지키고 있었다.
언젠가 인터넷 설치 기사가 집을 방문했었는데 거실에 걸린 우리 부부의 액자를 보고 언젠가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사분은 이사 오기 전의 집을 방문하고 그 웨딩사진을 본 걸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웨딩 사진은 우리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고 부부로서의 인연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징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거실에 그 액자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사랑도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부부로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도 있었지만 괴롭고 힘들었던 시간들, 그리고 얼굴 붉어지는 부끄러운 시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아직 건재하고 별 탈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별 탈 없이 잘 살아간다는 의미가 단순히 이혼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중매로 아내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26년.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화가 나는 순탄치만은 않은 삶이었지만 그것은 오롯이 나와 아내가 감당해야 했던 우리 부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