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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Sep 01. 2024

아버지의 자리

며칠 전 고관절 골절로  쓰러진 아버지를 관절 전문병원에 모셨다. 우리 형제는 직장에 매인 몸이고 팔순의 어머니도 간병에는 무리가 있어 간병사를 쓰기로 했다.

사람 좋게 보이는 중년의 여성 간병사에게 아버지를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올해 봄, 가족자연장지를 만든다고 설계사무소에 의뢰를 하고 군청의 인허가를 받고 30평의 땅에 잔디를 심은 기억이 났다.

나는 괜한 짓을 해서 아버지를 아프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리고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아직은 그곳이 아버지의 자리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아버지가 계실 곳은 우리 가족 곁이어야 한다.

일요일 아침 일찍 청도 농막을 찾았다.

수목장을 하려고 조성해 놓은 잔디밭에 잔디는 보이지 않고 잡초만 우거져있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한참 동안 잡초를 뽑았다.

오늘은 기어이 이곳의 잡초를 남김없이 없애리라 다짐했다. 나는 슬픔과 회한의 뿔 뽑기를 이어갔다.


어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머니와 동생은 오전에 도착해 있었다.

편안한 모습으로 잠을 자듯 눈을 감고 계시던 아버지는

나를 보자 밥 먹었냐며 엄마한테 밥 먹으러  가라는 말씀을 버릇처럼 하셨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깟 밥이 무어라고"


여동생, 제매, 사촌형, 작은 아버지, 장인어른으로부터 아버지의 상태를 묻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다.

나는 전화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아버지는 쾌차하실 거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나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아버지는 강한 분이다.

노동으로 다져진 강한 체력과 세상을 달관한 듯한 긍정의 마인드로 기어이 그 힘든 수술과 재활을 이겨내고 다시 예전처럼 뚜벅뚜벅 걸어서 청도의 강가를 거닐 것이다.


아버지를 무시하고 무례하게 대들었던 나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다시 돌아오시는 아버지에게는 진짜 잘해드릴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나의 기도와 진심이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실 아버지께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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