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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Sep 06. 2024

아버지를 위해 내가 믿는 그분께 빌었다

입원한 지 8일째인 오늘 드디어 아버지는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입원기간 내내 주치의에게 빨리 수술해 달라고 졸랐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버지의 수술은 하릴없이 지연되었다.

병상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혼란스러운 의식을 부여잡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서 내 속은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인터넷에서 훑어본 정보에는 고관절 수술의 경우 빠른 수술과 재활이 꼭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

입원 6일째 되던 날 수술이 잡혀서 전날 수술동의서까지 작성했지만 수술 당일날 아버지의 미열과 폐 기능 이상으로 수술은 또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내 속이 거의 숯검댕이가 되어가던 어제 입원 8일째가 되는 오늘 아버지의 수술이 잡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내는 어제 오후 다시 두 번째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고 나는 어제 회사에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병원에 왔다.

다행히 아버지는 열도 없고 수술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수술은 30~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내  모니터의 회복 중이란 메뉴에 아버지의 이름이 나타났다.

나는 긴 한숨을 뱉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수술이 끝났다.


아버지는 시크한 얼굴로 수술실에서 나오셨다.

나를 보시더니 뭐 하러 왔냐며 나무라신다.

이제 예전의 나의 아버지로 다시 돌아오신 것 같다.

아직 아버지의 머리맡에는 수많은 링거액과 수혈을 위한 혈액이 덕지덕지 달려 있다. 그렇지만 병실에 무사히 자리 잡고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보니 이제는 어렵고 힘든 고비가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면서 수술 전에 마음 졸이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부부는 5일 후에 캐나다 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다치신 후에 여러 번 여행을 취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해외여행 취소 수수료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의 수술이 성공적이고 별 탈없이 잘 회복하신다면 우리의 여행계획도 변함없이 진행될 것이다.

나는 아버지께서 우리 부부가 여행을 잘 다녀오도록 기운을 내서 수술을 잘 이겨 내신 거라고 믿는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의 큰 힘이 팔순의 아버지가 병마를 극복하게 한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

이제 퇴원하시면 더 잘할게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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