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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Oct 20. 2024

응답하라 1985

8. 을지로의 디자이너 그녀

영자 신문사의 인쇄소는 을지로에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신문사 기자들은 을지로에서 모여서 조판을 하고 오자와 탈자를 찾아내는 교정작업을 했다.

교정작업이 끝나면 을지로 주변의 돼지갈빗집에서 회식을 하기도 했다.

인쇄소에서 작업하는 날은 힘들긴 해도 재미가 있었다.



인쇄소를 여러 번 갔을 때 그곳에 오는 눈에 띄는 여성이 있었다.

짙은 색안경을 쓴 디자이너였다. 그녀는 신문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외주업체의 디자이너였다.

나는 인쇄소의 실장에게 졸라 그녀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어렵사리 그녀와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을지로 인쇄 골목에 취업하여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다.

는 그녀가 살던 신당동의 떡볶이 집에서 그녀를 자주 만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교도관이었고  이혼하여 따로 살고 있었으며  그녀는 엄마와 살고 있다 했다.


우리는 인쇄소에 가지 않는 날에도 만나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사 먹으며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애정을 키웠다.

그녀와 꿈같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그녀가 언젠가 나의 자취방에 와보고 싶다고 했다.

하숙집 주인아주머니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그녀를 나의 금녀의 방으로 초대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밤새 껴안고 뜨거운 입맞춤을 나눴다.


그리고 1년 후 내가 휴학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어진 후 다시 복학한 후에는 그녀의 소식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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