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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Oct 21. 2024

응답하라 1985

9. 파로호

하숙집 아저씨는 반주를 즐기셨다.

식사 시간에는 가끔씩 내게 소주잔을 주며 한잔 하라고 권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잔을 받아 단숨에 마시곤 했다.

그렇지만 꼭 세잔 이상은 주지 않으셨다.

학생이 과음하면 안 된다며 세잔 이상은 못 마시게 했다.


그 아저씨의 취미는 낚시였다.

아저씨는 가끔씩 양수리나 팔당댐으로 낚시를 가서 붕어를 한 망태기씩 잡아 오셨다.

그날 저녁에는 어김없이 매운탕을 끓여서 소주를 드셨다.

나도 그 옆에 앉아서 달착지근한 매운탕 맛을 보곤 했다.


8월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아저씨는 낚시 장비를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어디로 낚시 가시냐고 물었고 파로호로 4박 5일 낚시를 떠나신다 했다.

나는 호기심에 나도 따라가겠다고 덜컥 내뱉고 말았다.


아저씨는 기꺼이 같이 가자며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이튿날 우리는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를 갈아타고 파로호의 낚시 포인트로 이동했다.

낚시 장소는 파로호 초입에서 한참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있었다.


나는 호기롭게 낚싯대 한대를 얻어서 자리 잡고 앉아서 낚시를 시작했다. 태양은 뜨겁게 비치고 있어서 러닝  차림으로 낚시에 몰두했다.

붕어는 잡지 못했지만 잡어가 심심찮게 올라와서 재미가  있었다.


밤이 되 간단히 텐트에서 자고 이튿날도 낚시는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땡볕아래 하는 낚시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나는 도저히 낚시를 계속하기 힘들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아저씨는 배를 불러 나를 돌아가도록 배려해 주었다.

나는 패잔병 같은 몰골로 집으로 돌아와 하루 내내 누워 잤다.


등이 따가워 거울에 비춰보니 내 등짝은 햇볕에 익어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나는  일주일 내내 따가운 등짝 때문에 고생했다.

그 후로는 아저씨에게 감히 낚시 따라가겠다는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아저씨는 4박 5일을 꽉 채워서 얼음을 넣은 쿨러에 씨알 좋은 붕어를 가득 잡아 왔다.


졸업 후 하숙집을 수소문해 아저씨 소식을 물어 전화했더니 아주머니가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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