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단어 속의 특별한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2023년 10월 28일에 시작한 이야기를 1년이 지난 뒤에야 끝맺었다. 연재를 시작할 때 44개월이었던 아이는 56개월이 되었다. 이 연재가 끝날 때쯤에는 나의 육아 생활도 달라져 있을까 궁금했었다. 어쩌다 보니 1년이 지나버렸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라는 자리와 고군분투 중이다. 남편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며, 안타까움과 이해할 수 없음이 뒤섞인 시선과 말을 건네기도 한다.
'엄마 그리고 육아 ㄱㄴㄷ'는 흔하고 평범한 단어들로 나의 삶, 엄마로서 삶, 육아 등을 돌아보고자 연재를 시작했다. 같은 단어를 떠올려도 순간마다 담고 싶은 이야기들이 달라졌기에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해 왔다. 그리고 각 자음에 해당하는 단어를 고르는 과정도 고민이 많았다. 쓰고 싶은 단어가 많은 날은 고르느라 힘들고, 적당한 단어를 찾기 힘든 날은 한글 공부하는 마음으로 사전을 뒤적이곤 했다.
직장 생활이든 육아든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 변함없다. 그 삶을 어떤 관점으로 대하느냐에 따라서 그 하루의 색깔이 달라질 뿐이다. 나는 대체로 불평불만이 많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이었고, 그런 관점은 내 하루를 불투명하고 어둡고 무거운 빛깔로 뒤덮었다. 내 하루라는 하늘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을 몰아내려고 애쓰기도 해 보고, 그 먹구름에서 비가 펑펑 쏟아져 가벼워지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아이는 비 갠 뒤에 찾아오는 무지개였다.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다채로운 빛깔을 찾아내는 아이 덕분에 나의 하늘에도 빛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누워서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오늘도 크느라 고생했다, 별 탈 없이 보내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좋은 꿈 꿔, 잘 자 등등 일상적이면서도 따스한 말을 주고받는다. 서로에게 고마웠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을 이야기할 때도 있다. 내가 화를 많이 낸 날, 아이가 투정을 많이 부린 날에도 이 시간에 서로를 안아주며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말하며 마음을 도닥이곤 한다.
“엄마, 나 키워줘서 고마워요.”
힘들다는 생각이 하루종일 맴돌던 날, 잠들기 전에 아이가 건넨 말에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나의 힘듦을 나누게 하진 않았는지, 아이가 종일 눈치를 본 것은 아닐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가 이 말을 했는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렇게 말한 아이를 꼭 안아주며 엄마 딸이어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나, 그리고 우리의 ㄱㄴㄷ 속에 담긴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채워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얼마나 빛나는지도 기억할 것이다. 당신의 일상 속 ㄱㄴㄷ에는 어떤 이야기를 채워지고 있는가. 평범한 단어 속의 특별한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적어보기를, 그렇게 당신의 ㄱㄴㄷ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