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엄마로, 나로 살아가는 나의 글쓰기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 있다. 바로 글쓰기다. 그러나 잘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것치고는 이 일에 내가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은 충분치 않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우선순위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시기에는 글을 쓰려고 하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게 된다. 때로는 여과 없이 공개하고 싶다가도 때로는 동굴 속으로 쏙 숨어버리고 싶다. 연재를 다짐하고도 수시로 구멍이 나곤 하는 내가 싫지만, 그래도 놓지 못하는 것도 우습다.
해외 생활하면서 글쓰기는 나의 대나무숲이었다. 말을 하기에는 뭔가 애매하거나 쑥스러운 이야기도 글로 쓰다 보면 이야기도 마음도 정리되곤 했다.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해외 생활 속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도 글쓰기는 내 마음의 안식처였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도 나의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상담소처럼 느껴졌다. 말과 글에는 힘이 있기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거나 나의 다짐을 쓰기만 해도 힘이 생기곤 했다. 주절주절 쓴 나의 글이 누군가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게 뿌듯하기도 했다.
최근 나의 머리를 가득히 채웠던 문장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외 생활과 육아하는 나는 괜찮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괜찮지 않은 날이 많았다. 괜찮기 위해 애써왔던 것들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시간이 확연히 늘어났다. 괜찮지 않은 내가 싫었다. 배부른 투정처럼 보일까 봐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네가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냐는 말을 나에게 스스로 따져 묻곤 했다. 그런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를 되뇌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라고, 지금도 애쓰고 있다고.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였달까.
그래서 이렇게 글 쓰는 나로 돌아왔다. 글의 내용은 횡설수설이지만, 그래도 다시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좋다. 부족하고 어설프고 엉망진창지만, 무언가 계속 꼼지락거리는 내가 좋다. 멈추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다시 마주하는 내가 좋다. 차마 다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들은 다시 꿀꺽 삼켰지만, 그래도 이렇게 톡톡 털어놓기만 해도 좋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좋은 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괜찮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러니, 오늘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곧 괜찮아질 날이 많으니까.
나는 이미 지금도 좋은 것이 가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