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May 23. 2022

3인 가족에게 식기는 몇 개가 필요한가.

사람은 3명인데 식기는 대가족 같은 우리 집.


  주방 수납공간을 열어 보면 밥그릇, 국그릇, 반찬 접시, 간장 종지, 큰 접시, 작은 접시 등 다양한 식기가 있다. 아기 식판, 아기 그릇 등 아기를 위한 식기도 있다. 몇 개의 식기가 우리 식구를 위해서 필요한가. 나는 집에 있는 식기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


  남편과 나는 각자 자취 생활을 했다. 나는 친정에서 쓰던 그릇 중 일부를 그대로 들고 와서 썼었고, 남편은 주로 이케아에서 식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딱히 그런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은 채로 살림을 합치게 됐고 집에는 각자의 식기들이 합해져서 북적북적해졌다.


  신혼살림으로 예쁘거나 실용적이거나 둘 다를 갖춘 식기 세트를 마련하는 친구들도 많았기에 나도 식기 세트를 구입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쓰고 있던 식기들이 말짱해 보여서 그 결심이 쉽지 않았다. 다시 돌아보면 이가 나가거나 낡은 것도 많았는데 굳이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계속 썼다.


  그렇게 제법 오랜 기간을 그저 밥과 국, 반찬을 담을 수만 있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대충 썼다. 자기 개성을 잔뜩 뽐내는 각각의 식기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식탁이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SNS나 다른 매체를 통해 다른 집 식탁을 볼수록 우리 집 식탁 위 구성요소가 미워졌다. 예쁜 식기도 사고 싶고 다양한 크기의 식기도 갖고 싶어졌다.


  고민만 하다가 결국 식기 세트를 사지는 않았다. 기존에 쓰던 식기가 깨지거나 금이 가는 등 이상이 생길 때만 하나둘 바꾸기만 했다. 그래도 우리 집 주방에는 여전히 식기가 많았기에 더 구입할 수는 없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산후 관리를 도와주러 오신 분께서 주방을 보더니 식구는 3명인데 식기가 왜 이리 많냐며 놀라실 정도였으니까.


  미국에 오기 전에 짐을 비우면서 식기도 많이 비우려고 노력했다. 나누거나 버리거나. 최소한의 식기만 챙겼다. 미국에 와서 구입해도 되지만 처음 오자마자 식기를 구입하러 다닐 자신이 없었기에 냄비 용도로 쓰던 웍, 프라이팬, 아기 식기, 조리도구, 칼, 수저 등 매일 쓰는 것 위주로 챙겼다. 그래서 캐리어 하나는 주방 관련 짐으로 가득 찰 정도였다.



  미국에 와서 접시, 밀폐용기, 국그릇, 믹싱볼 등 부피가 크거나 살다 보니 필요함을 느끼는 식기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차츰 수납공간이 채워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수납할 자리가 빠듯할 정도가 되었다. 밥그릇 4개, 국그릇 4개, 큰 접시 4개, 작은 접시 4개, 아기 접시 6개, 아기 그릇 4개, 아기 식판 5개, 큰 밀폐용기 4개, 작은 밀폐용기 4개, 아기 밀폐용기 6개. 사실 개수는 지금 떠오른 대로 쓰느라 조금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떠올리며 쓰다 보니 구입할 때 낱개로 파는 것보다는 묶인 것으로 구입하느라 3명이서 쓰는 것치고는 식기의 수가 많아졌다.


  식기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조금 게을러졌다. 식기가 딱 필요한 만큼 있을 때는 설거지를 바로 해야지만 다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부지런하게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식기가 많아지니 조금씩 미루게 되고 1끼 먹고 하던 설거지를 2끼, 3끼 먹고 나서 하루 끝에서야 하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잔뜩 쌓인 설거지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기만 하고 미루기 시작하니 나중에는 스트레스도 덜 받았다.



  필요한 만큼, 딱 쓰는 만큼만 식기가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아기의 식기도 우리의 식기도 1-2끼 식사를 먹을 정도로만. 손님이 오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한때 했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손님이 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막상 오더라도 배달을 시켜 먹거나 일회용품을 쓰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를 대비해서 식기를 많이 준비해 둘 필요도 없었다. 서서히 늘어가는 식기의 수를 멈출 때가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매일 사용하는 것을 늘 살펴봐야 한다.

이전 08화 바지에 구멍이 날 때까지 입는 날이 오다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