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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Dec 14. 2021

미국 가면 아기 책은 어쩌지?

미국 도서관 활용, 책 육아 도전!

아기 책은 무엇을 들고 갈 것인가.

미국에 오기 전부터 큰 고민 중 하나였다.

전집이 아니더라도 책은 조금만 챙겨도 금방 무게가 느껴져서 캐리어와 이민가방으로만 짐을 꾸리는 상황에서는 최소한만 챙겨야 했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도 구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장난감을 줄였던 것처럼

책도 과감하게 줄였다.

미국까지 함께 온 책은 딱 2권.

두 책 모두 영어책인 것도 우연이려나.

비행기에서 보여주려고 챙겼다.

기준은 짐 꾸릴 즈음에 아기가 가장 잘 보던 책.


떠나기 전까지 책 때문에 고민하던 나에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던 조언이 있었다.

영어 그림책을 우리말로 읽어주면 되지요.


처음에는 책 없이 잘 지냈다.

장난감 갖고 놀고 산책 나가서 놀고 몸으로 놀고

책 읽어주기는 미뤄두고 지냈다.


그러다가 아기책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져서

미시유에스에이 사이트에서 파는 전집을 주문했다.

추피 지옥이라고 불린다는 추피.

6주 배송 이랬는데, 물류대란이 아직 미해결인지라

이번 달 말은 되어야 받아볼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근처 마트에 있는 서점에서도 책을 샀다.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어서 머뭇머뭇 구경만 하다가

디즈니 미니 보드북 12권 세트에 꽂혔다.

미국에서 구입한 첫아기 책.


책의 상단과 하단에 반원이 그려져 있는데

처음에는 신경 안 쓰고 갖고 놀던 아기가

어느 날부터 위아래로 반원끼리 맞춰서 줄을 세웠다.

왼쪽 그림+오른쪽 단어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기에게 이야기해주며 보여주기 좋다.

단, 그림이 디즈니 만화를 잘 모르면

갸우뚱하게 되는 게 있어서 설명하기 어려웠다.




1. 일단, 한국 책부터.


미니 보드북 12권으로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알게 된 이웃분께서

한국에서 가져오신 아기 책들을 제법 챙겨주셔서

책을 챙겨 오지 못한 아쉬움을 채워주셨다.

뽀로로 생활습관 사운드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눌러보며 보는 책이 되었다. "친구 응아 했어요"처럼 내가 읽어주듯이 장면을 말하며 보기도 한다.

의성어, 의태어 등을 배울 수 있는 책도 주셔서

아기와 장난을 치면서 재밌게 읽기가 좋다.

달그락달그락 페이지를 보더니

"엄마 설거지하고 이찌", "참방참방하고 있지"처럼

관련된 이야기들을 말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옷 입기, 배변훈련, 아기 상어 등

다양한 책이 생겨서 참 좋았다.


아기가 말이 늘어가는 시기라서, 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말해 준 것, 책 내용과 관련해서 생활 속에서 말해준 것을 스스로 말로 점점 풍부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래서 책을 같이 읽는 것도 더 재밌어지고 있다.



2. 미국 도서관을 가보자


감사한 이웃을 만났다. 도서관에 함께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셔서 차가 없던 때라 냉큼 따라나섰다.

미국 도서관 첫 방문은 감동적이었다. 아이를 위한 활동 키트, 스펀지 블록, 기차놀이, 자동차 놀이, 각종 학습교구들로 가득 채워진 공간과 커다란 창문.

매일 집과 집 근처만 산책하던 아기도 이것저것 구경하고 만져보느라 바삐 움직였다.

도서관에 와서도 다른 것에만 관심 가지느라

책장에는 눈길을 잘 주지 않았다.

몇 번 오가면서 내가 책을 고르고 담고 해서일까,

어느 날부터는 책을 뺐다가 꽂기도 하고

한두 권씩 책을 빼서 보기도 했다.

제일 처음 우리 아기가 직접 골라와서 본 책은

아기 고양이 책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카 레이서 책.

자기가 뽑아온 책이란 걸 아는 건지

집에서도 자주 읽어달라고 찾아서 신기했다.

미국 도서관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동네의 도서관에서는

1인당 100권의 책을 약 3주 동안 빌릴 수 있다.

아직은 10-15권 정도만 빌려오고 있는데

조금씩 늘려볼까 싶다.

음악 CD도 있어서 빌려왔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집에 오면 빌려온 책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는데

그럴 때마다 아기도 구경하며 함께 논다.



3.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까.


책 육아에 대한 책도 많고

연령별 그림책을 추천해주는 글도 많았다.

특히, 그림책박물관.

이 사이트에는 그림책 관련 정보가 풍부했다.


그런데 영어 그림책에 대한 정보는

내가 필요한 내용을 찾기가 어려웠다.

못 찾았다는 게 좀 더 정확하겠지만.


내게 도움이 되었던 조언대로

영어 그림책이든 우리말 그림책이든

연령대에 맞는 책은 비슷할 거고

나는 그걸 우리 아이에게 맞춰서

읽어주고 보여주고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초점책, 헝겊책, 목욕책 등

다양한 형태의 책을 접했고

목욕책은 지금도 잘 쓰고 있다.


그리고

구강기가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책을 계속 물어뜯어서

구강기가 끝났을 때에는

책을 자꾸 찢거나 뜯어서

보드북 위주로 꺼내 두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여러 책을 빌려와서 꺼내 두면

아기가 주로 찾는 책들이 생긴다.

엄마나 아빠와 함께 읽었던 책이 대부분이고

아닌 경우에는 본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우리 아기는 Leslie Patricelli 책을 자주 찾았다.

내가 같이 읽어도 재미가 있었다.

몇 번 읽어준 뒤로는

Tooth 책은 

입이 간질간질해~ 하고

Mad mad mad 책은

아가야 크아!! 화났네~하며

아기가 책을 보고 설명하면서 골라왔다.


이외에도 아기가 주로 찾는 책들을 보면서

이런 종류, 이런 느낌의 책으로 빌려보자! 하게 되고

자주 찾지 않는 책도 읽어주기를 틈틈이 시도해서

같이 읽어보지 않아서 안 보는 건지

그 책 자체에 흥미가 없는 건지 확인하곤 했다.


책을 읽어줄 때 눈을 마주 보면서 읽어주면 좋다는데

우리 아기는 책 들고 오면서

자동으로 무릎이나 허벅지에 털썩 앉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포옥 안고서 책을 읽어준다.


아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책!

Wiggles 책은 손가락으로 무늬를 따라가며 읽는 책인데 아기가 정말 좋아한다.

DINOSAURS책은 공룡 그림이 올록볼록 만져볼 수 있게 그려져 있다. 이런 스타일의 책을 몇 번 빌려왔더니 좋아해서 계속 시도해보고 있다.

Peek a Who? 책은 플랩북이다. 다른 플랩 북도 그렇고 찢을까 봐 조마조마하지만 아기가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에도 테이프가 곳곳에 붙어있는 것을 보면 다른 집 아가들도 힘 조절 못하고 보는 건 똑같나 보다.

Press here책은 눌러봐~책으로 통한다. 아기가 특정 부분을 누르게 하고 페이지를 넘겨주면 그림이 바뀌는 전개인데 누를 때마다 띡!! 넘길 때마다 뿅! 이런 효과음을 내주면서 읽어줬더니 엄청 좋아하는 책이다. 박수를 쳐보라는 페이지에서 열심히 박수를 치는 아기를 보면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의 생활과 관련된 책!

아기들이 나오는 책도 좋아한다.

엄마 아빠와 아기가 함께 하는 활동을 담은 책을 보면서 일상생활에서 익힐 수 있는 단어도 배워본다.

그리고 생활 습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게 된다.

잠자리 그림책도 있어서 자러 갈 시간이 되면 친구들도 자러 갔네~ 하면서 읽어주곤 한다.

비 오는 날에는 비와 관련된 책을 읽어주고

까꿍놀이를 좋아해서 숨바꼭질하는 책도 읽어준다.

책을 빌릴 때에도 요즘 아기랑 함께 하는 것을 찾게 된다. 이제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을 빌려봐야겠다.


아이의 감정과 관련된 책!

아이의 감정 표현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고

웃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책의 표정을 보면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제법 따라 하기 시작했다

How do you feel책은 한국 있을 때부터 자주 보던 책이고 좋아하던 책이라 지금도 종종 읽어준다.

펭귄 엄마가 펭귄을 시터와 두고 나가는 책은

엄마 가지 마~~ 잉잉하면서 들고 온다.

Feelings는 아직 아기가  책 내용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표정 묘사가 다양해서 좋았다.


나날이 자라면서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공감할 줄 알게 되길.


가족과 관련된 책!

사댱해요, 아라뷰, 뽀뽀, 하트~

아기의 애정표현이 늘어가서 행복하다.

엄마 아빠가 나오는 책을 좋아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책도 좋아한다.

그래서 가족과 관련된 책을 보여주면서

엄마 아빠와 교감하면 정말 행복해한다.

읽어주는 나도 저절로 행복이 채워진다.


아기 관심사와 관련된 책!

기차, 버스, 자동차 등에 관심이 많아졌다.

책 모양이 독특해서인지 카레이서 책도 골라오고

WHEELS ON THE BUS책은 노래도 엄청 좋아한다.

Train man도 칙칙폭폭 하며 읽어주고

My trucks는 집에 있는 자동차 장난감들과 함께 읽어준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이 나오는 책이라서 읽어줄 때에도 집중하며 보는 편이다.

멍멍 야옹 음메 소리도 따라 하며 놀기 시작했으니, 자연관찰책도 슬슬 빌려봐야겠다.


색감이 화사하고 다양한 책!

다른 책은 사진을 못 찍어두고 반납을 해버렸다.

아기에게 색깔 이야기도 해주고

그림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어서

이런 종류의 책들도 빌려보고 있다.


그중 최애 책이었던 My Art book of Sleep.

돌잡이 명화에서 받은 그림엽서도 좋아하던 아기라서 이 책도 맘에 들어했다.


다양한 그림들을 잠이라는 주제로 담고 있는데, 다른 시리즈도 보고 싶다. 그런데 도서관에 갈 때마다 없어서 아쉽다.


마지막 페이지에 Hooray! 를 함께 외치며

키득키득 같이 웃을 때마다 행복했다.




4. 책으로 놀아보자.

책을 꽂아둬도 꺼내와서 읽어달라고 하거나

혼자 꺼내서 책을 볼 때도 있지만,

대체로 아기가 책을 먼저 찾는 경우는 잘 없다.


그래서

종종 바닥에 다 늘어놓거나

책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주거나

도미노를 만들어주거나

탑을 같이 쌓아보거나

길이나 미로를 만들어보는 등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아본다.


이렇게 놀다 보면

표지나 펼쳐진 페이지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을

철퍼덕 앉아서 읽기도 하고

책을 요리조리 살피기도 한다.


책과 친해지고 가까워지길 바라는

엄마의 아주 작고도 큰 욕심을 알아주듯이

재미나게 즐겨주는 아기에게 고맙다.



영어로 된 그림책을

영어로 읽어주기도 하고

우리말로 읽어주기도 하고

그냥 보여주기도 하며

생각보다 책 구입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책을 바리바리 싸오지 못해서

너무 속상하고 고민됐던 마음이 무색할 만큼

도서관의 책들이 다양하고 재미있고 상태가 좋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갈 거고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다가

가방 한가득 책을 빌려올 거다.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신청하고

제공되는 활동 키트들도 꾸준히 활용해봐야지.


책 육아를 정확히 어찌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아이에게 맞춰서

이런저런 책들을 함께 본다면 그게 책 육아겠지!


추피가 도착하면

그때 또 책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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