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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Dec 23. 2021

미국에서 아기랑 외식하기

밥하기 싫어서 나갔는데, 왜 더 힘든가.

미국에서 집밥을 해 먹는 글을 썼다.

지금도 여전히

남편 도시락, 아기 삼시 세 끼, 나의 삼시 세 끼를

장보고 만들고 먹고 치우며 지내고 있다.

다들 그러하듯이.


한국에 있을 때는

밥 하기 싫은 날이면 배달 어플을 이용하거나

집 근처 자주 가는 식당에 가곤 했다.


아기가 있으니

아기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을 것,

아기 의자가 있거나 앉기 편한 의자가 있을 것,

코로나가 신경 쓰이니 가급적 분리된 공간이거나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일 것!

등의 조건들을 고려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힘들지 않게 잘 다녔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외식하는 밥값도 비싸지만

배달료가 비싼 곳이 많았다.

배달 어플 이벤트로 배달료 무료를 이용해서

한번 시켜먹어보고 난 뒤로는

테이크아웃을 해오거나 매장에 가서 먹고 있다.


요 며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밥도 너무 하기가 싫었다.

고민하다가 아기와 외식을 결심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아기랑 둘이 카페나 식당에 종종 가곤 했던 터라

둘이 외식을 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외식이든 집밥이든

아기와의 식사 시간에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잘 먹을 줄 알고 시킨 메뉴를

한입도 안 먹어보고 거부하거나

한입 먹자마자 뱉는 경우이다.


식사 장소를 결정하기 전에

구글 지도로 검색을 한다.

한국에서와 같은 기준으로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번에 간 곳은

가게는 조금 좁아 보였지만

나도 아기도 같이 먹을만한 메뉴도 있어 보이고

가격도 괜찮아 보였다.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더 가게가 좁고

아기가 먹을만한 메뉴가 없어서 당황했지만.


아기 메뉴를 주문할 때는

No salt, without salt, not spicy 등

최대한 간을 하지 않게끔 요청하는데

여기서는 나의 영어가 어설픈 탓인지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는 매장인 건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서로 답답함을 느꼈다.


다행히 간이 세지 않은 식사를 제공받았지만,

고수(커리엔더)가 들어있었다. 허허.

토마토소스 때문인지 고수 때문인지

아기는 좋아하는 두부를 줬는데도

'이거 두부 아니야! 안 머거!!'라고 거부했다.


하아.. 쉬운 게 없구나 생각하며

혹시 몰라서 챙겨 온 김을 꺼냈다.


역시, 김이다.

김을 찢어서 토핑처럼 얹어주니

두부도 밥도 먹었다.


아기 한입, 나 한입 이러면 좋을 텐데

아기 한입 먹고 수입 먹고 하는 거 보다가

나 한입 호다다다닥 밀어 넣고

아기 물 한 모금 먹는 거 보다가

호다다닥 밀어 넣고 하느라 정신없이 먹었다.

아기가

언제 비협조적으로 태도가 바뀔지 모르니.

식사 대기, 관공서 방문 등

아기에게 기다림을 요구해야 할 때가 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기도 나도 힘들어지기에

도라에몽 가방처럼

이것저것 넣어 다닌다.


인덱스나 스티커같이 뗐다붙였다 하는 것,

색연필, 종이처럼 이리저리 같이 놀 수 있는 것,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

퍼프 스낵같이 주워 먹으면서 시간 보내는 간식.


이런 것들로도 안 되는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인 영상을 재생해준다.

영상 중독이 될까 봐

안보여주고 버텨 보자 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버티고 나면 타협한다.


혹시 몰라서 챙긴

아기 물컵, 일회용 턱받이, 아기 수저도

유용하게 잘 썼다.




미국 와서 가성비 좋은 외식 메뉴는

햄버거 가게라고 느꼈다.

맥도널드, 쉑쉑 버거, 컬버스, 버거킹 등.

다양한 햄버거 가게들을 가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컬버스가 만족도 1위.

거리면에서 자주 가는 곳은 맥도널드.

일단 주문이 편하다.

키오스크가 있으니깐.

그런데!

Table tent code를 입력하래서 당황했다.

뭐지...?! 직원에게 물으니 그냥 1이란다.

해피밀 1세트, large 1세트 주문 완료!


맥도널드나 다른 매장을 보면

아기 메뉴의 음료는

우유(흰 우유/초콜릿 우유), 물이

주로 선택지에 있다.

아기가 우유를 좋아하고 물을 싫어해서

주로 흰 우유를 선택한다.

감자튀김과 치킨너겟을 좋아하는 아기.

얼마 남지 않은 감자튀김을 보더니

양손에 허겁지겁 감자튀김을 집어 들었다.

엄마가 안뻿어먹을 게...




외식을 하면 주로 낮에 하거나

메뉴가 한정적인 편이다.

그러다가 메뉴 고민 안 하고

어느 레스토랑에 갔다.

뷰가 좋다길래.


포케와

토마토 수프

치킨케밥을 주문했다.


아기에게는

나쵸+토마토 수프,

익힌 감자 등을 줬다.

우리가 안내받은 테이블이 높아서

높이가 높은,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아기를 앉혀야 했다.

그런데 다른 좌석 손님이

근처에 있는 등받이 있는 의자로 바꾸길래

우리도 문의해서 의자를 바꿀 수 있었다.

식사시간 내내 아기 등 사수하느라

힘들 뻔했는데, 정말 행복했다.


예전에는 아기 의자가 없거나

아기가 앉기 힘든 곳은

외식하러 가는 것들 포기했었는데

아기가 좀 컸다고

자꾸 도전정신과 용기가 생긴다.




아기와 외식하러 나가기 위해

아기 기저귀랑 옷 갈아입히고

(여기부터 난도가 높다..)

아기 먹일 준비물 챙기고

시간을 잘 보낼 준비물 챙기고

적절한 메뉴와 장소 알아봐야 하고

아기 관련 요청을 영어로 말해야 한다.


이러한 힘들거나 귀찮은 과정이 있더라도

그래도 밥하는 것이 더 싫은 날,

외식이 너무 하고 싶은 날은 나간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코앞이다.

연휴에는 또 어떤 외식을 해볼까나.


아기와 함께하는 외식이

점점 더 즐거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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