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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Dec 07. 2021

미국 가면 뭐 먹고 살지?

아기 밥 먹이고 우리 밥까지 챙겨 먹기

밥. 삼시 세 끼를 꼬박 다 챙겨 먹진 않지만, 나에게 또는 우리에게 제법 중요한 것 중 하나.


미국에 오기 전, 오빠는 "우리 미국 가면 매일 햄버거나 피자만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뭐 먹고살지?"라고 몇 번씩 말하곤 했다.


우리 아기는 지금은 20개월, 떠나올 땐 19개월이었다. 유아식을 먹는 시기이기에 미국식이든 한국식이든 밥은 어떻게든 해서 먹이려고 준비하던 나는 그 말이 참 답답하면서도 귀엽게 들렸다. 농담이겠거니 생각했다.


밥솥을 들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국자, 뒤집개, 채칼, 강판, 칼, 주방가위,

프라이팬, 냄비 등 무엇을 챙겨야 하나 고민했다.


이민가방 2개, 대형 캐리어 2개, 기내용 2개.

이 속에 짐을 다 넣어가야 하기에

꼭 필요한 것들을 잘 골라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미국 가서 구할 수 있는 것들도 일단 빼고

구할 수 있더라도 당장 필요한 것들은 넣고

비행기에서 아기 먹여야 할 것들 따로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큰 캐리어 하나를 주방 관련 물품들로 채웠다.

웍 2개와 작은 편수 냄비 1개,

큰 프라이팬 1개, 작은 프라이팬 1개

칼, 주방가위, 뒤집개, 국자, 실리콘 요리 주걱 2개

집게, 체망, 강판 겸 채칼, 수저 4세트, 주방저울

아기 식판, 아기 그릇, 아기 컵, 아기 수저, 과즙망

글라스락 이유식 용기 3개, 내열유리용기 1개

위생백, 지퍼백, 위생장갑, 일회용 수저 및 컵

수세미, 냄비받침, 오븐장갑, 전자레인지용 장갑

보냉백 1개, 이유식 큐브 몇 개, 전동 차퍼, 아기 가위


쌀, 맘마밀 15개월용 몇 개, 베베쿡 후리가케 몇 개

파스퇴르 한우불고기소스, 아기 간장(국물용, 비빔용)

고춧가루, 깨소금, 새미네 간장(진간장, 국간장)

참기름, 후추, 배도라지 주스 몇 개, 멸균우유 몇 개

아기 간식으로 줄 과자들, 아기 레토르트 국 몇 개

아기 육수 다시팩, 육수 명장, 찜 시트, 다시팩, 보리차


무게와 부피를 신경 써가며 짐을 꾸리느라

넣고 싶은걸 다 챙기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챙기려고 했으나 깜박하고 안 가져온 것 중

최근에도 아쉬움이 드는 건

아기 자른 미역이랑 톳 사둔 거, 아기 김!

아, 그리고 10달러주고 산 감자칼...ㅠㅠ


그리고 맘마밀이랑 레토르트 국!

더 못 가져와서 정말 아쉽다.


대체로 가져온 것들 모두 만족하지만

그래도 잘 챙겨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혹시 몰라서 밀봉용 집게들을 몇 개 챙긴 것.

아기 간식이나 시리얼 등 유용하게 쓰고 있다.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서 넣고

여기 와서 이것저것 채워 넣기 시작했다.


밥그릇 사이즈 그릇 4개

냉면기처럼 생긴 그릇 2개

4인 식기(큰 접시, 작은 접시, 오목 접시 4개씩)

플라스틱 큰 컵 2개, 작은 컵 2개

식기 건조대 하나

플라스틱 용기 1개

밥솥 대신 크록팟

전자레인지

종이 포일, 키친타월, 주방세제

식초, 올리브유, 버터, 고추장

이 정도쯤 정리가 되고 나니깐

어느 정도 뭔가를 해 먹는 게 가능해졌다.

한 달쯤 지내다 보니

오빠 도시락도 싸줘야 되고

밥이나 반찬도 소분해둬야 하고

남은 재료들도 정리하려고 하니

여러 가지로 용기가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오븐 이용 가능한 내열유리용기를

큰 거 5개 작은 거 5개 세트로 구입했다.


아기 과자와 퓌레는 점차 미국 제품으로 채워지고

한국에서 채워온 것들은 다 먹어가는 중.


첫 일주일은

제대로 뭔가를 해 먹는 것보다는

아기 것도 간편식

우리 것도 간편식

또는 외식으로 해결을 했다.


한인마트에서 사 온 라면과

식료품 마트에서 사 온 냉동식품과

빵에 발라먹는 크림치즈 또는 토스트

밥솥 없어서 전자레인지로 밥하기 도전

고기 구워 먹기♥︎


나름대로 도전적인 시간이었다.

점차 살림도 구비되기 시작하고

장보는 것도 익숙해지면서

즐겨하던 레시피들 먼저 개시했다.


최애 메뉴는 집 코바♥︎

아기 꺼는 두부 계란찜

소고기고추장 비빔밥

최고는 라면♥︎


거버 유아식은 생각보다 안 좋아해서

두어 번 먹여본 뒤로는 안 사고 있다.

특히 토마토소스를 싫어하는 우리 아기.

두부부침

돼지고기 오븐구이

토마토 파스타

소고기 호박볶음

비빔국수(라멘 면으로 도전!)

또 집 코바♥︎


챙겨 온 쌀도 떨어져서

미국 쌀도 사고, 간편식은 여전히 애용중.


피자헛도 가보고 쉑쉑 버거도 가보고

시리얼도 사서 먹었다.

크록팟으로 고구마 감자도 쪄서 먹고

닭고기 다짐육으로 부침개 만들고

치즈 계란 프라이, 주먹밥도 하고

한인마트에서 사 온 떡볶이랑 어묵탕도 먹고

또 집 코바♥︎ 청양초 고추장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된장이 없어서

쌈장과 고추장으로 찌개도 해 먹었다.

밥그릇에 사약처럼 커피도 부어마셨다.

없으면 없는 대로 술술~


이때쯤부터 점심에 샌드위치만 사 먹는 오빠를 위해

도시락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토르티야와 치즈를 사 와서 피자도 하고

찬밥으로 리소토도 만들고

냉동 치킨너겟 도시락도 챙겨주고

두부 계란국도 만들고

칙폴레도 가보고

알차게 일주일 동안 먹었다.

돼지고기 오븐구이

계란말이 밥

식빵 피자 앤 맥주

김치볶음밥

소고기 볶음밥

가지 피자

사골 만둣국

김치찌개

닭다리 백숙


점차 메뉴가 다양해져 가는 중.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

소고기 버섯볶음

아기 찜닭 도전했으나

닭개장 및 사골 닭국.

시금치 호박국

토마토 리소토

샐러드


그리고 치리오스 개시♥︎


한 달 동안 뭘 해 먹었나 싶었는데

사진들을 쭈욱 보다 보니

아기도 먹이고 우리도 먹고

잘 먹고 잘 지냈다.

특히 집 코바♥︎


적응해가던 어느 날,

밥을 열심히 먹던 오빠가 말했다.

미국 오면 햄버거나 피자만 질리게 먹을 줄 알았다고. 같이 와서 이렇게 맛있는 밥 해줘서 고맙다며. 농담인 줄 알았던 말이 진심이었을까. 뭐가 됐든 함께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밥을 먹는 순간들이 감사하다.

미국에서 집밥 챙겨 먹기 미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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