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고살아야 하는지 여전히 고민하지만.
21년 9월에 미국에 왔다.
그리고 22년을 보내고
23년도 끝나간다.
미국에 오기 전에
아이와 와서 뭐 먹고살아야 하나
무엇을 챙겨 가야 하나
먹는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나는
여전히 고민하며 살고 있다.
21년 12월에 썼던 글을 읽어봤다.
이때의 나는 적응을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아이의 간식과 삼시세끼,
남편의 점심 도시락,
매일 돌아오는 저녁 식사에 정성을 쏟고 있었다.
장 보러 갈 때마다
적응하기 힘든 식재료들과 친해져 보려고
이곳 요리책을 빌려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도 참 많이 했다.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여전히 마트는 낯설 때가 많다.
그래서 늘 먹던 것 위주로 사는 편이다.
약 2년 동안 강제 집밥 요정이 된 후,
요리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솟구치다가
주방 파업 및 탈출을 꿈꾸기도 하며
그렇게 굶어 죽지 않고
그런대로 잘 먹고 지내고 있다.
주방 파업을 꿈꾸던 어느 날,
밥 하는 게 너무 싫고 귀찮다고 징징거렸다.
연신 징징거리는 나에게
친정엄마는 진심을 담아 조언을 건넸다.
가족들이 먹는 밥을 그런 마음으로 하면 안 돼-
맛있게 잘 먹고 건강하길 바라며 해야지!
돌아보면, 엄마는 밥에 진심이셨다.
일하면서 바쁘고 피곤하셨을 텐데도
국과 반찬이 매일 바뀌는 편이었고,
건강에 좋다는 식사를 챙겨주려고 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나의 징징거림은 이해불가였을지도.
타지 생활에 이어 타국 생활을 하는 동안
엄마가 해주는 엄마표 집밥이 그리울 때마다
우리 아이도 내가 해 준 밥을 그리워할는지 궁금해진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엄마는 정말 멋져요!
엄마 요리는 최고!!!
라고 말하며 맛나게 먹어주는 요즘의 모습만 봐도
요리하는 행복과 보람이 채워지는 걸 보면
친정엄마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동안 무엇을 먹고 지냈을까.
무엇보다도 소, 닭, 돼지를 비롯해서
연어, 새우 등 단백질 보충이 핵심이었다.
특히 Ground Beef는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품목.
소고기볶음을 큐브에 소분해 두면 유용하게 쓰인다.
그리고 찹쌀가루나 밀가루랑 섞어서 완자를 만들기도 하고
패티처럼 만들어서 버거를 해먹기도 했다.
최근 들어 Pork도 종종 도전 중인데
이건 가장 만만한 게 인스턴트팟으로 찜을 하는 것이다.
돼지갈비찜이 이렇게 쉽고 맛있는 요리였다니.
Chicken은 Tenderloins를 사서
밀-계-빵을 거쳐 치킨가스를 만들어두기도 하고
닭곰탕이나 닭볶음탕을 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에 대한 글이나 영상을 접할 때마다
고기를 줄이거나 그만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나,
여전히 식탁 위에는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고기 말고 다른 것이 먹고 싶은 날은
연어를 사서 오븐에 굽는다.
양파, 브로콜리, 버섯 등
여러 재료를 듬뿍 넣고 구우면 더욱 맛있다.
아니면 냉동실에 대기 중인 새우를 꺼낸다.
칠리새우, 새우 볶음밥, 알리오올리오, 새우가 들어간 국 등을 위해
다양한 크기의 새우를 챙겨두는 편이다.
요리할 에너지 혹은 의욕이 0인 날은
냉동 피자를 오븐으로 굽거나
근처 마트에서 요리를 담아 온다.
마트마다 있는 크고 작은 푸드코트는
그 냄새와 비주얼만으로도 치명적이다.
맛이나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 가끔 이용하고 있다.
밥만 먹고살 수는 없으니
달콤한 간식도 챙겨 먹는다.
애플피킹에서 따 온 사과로
아이만의 사과도넛도 만들고
맛있는 빵도 사서 먹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밥전, 맥엔치즈, 잔치국수 등등.
미국에 와서
아이는 맥엔치즈와
감자튀김, 치킨너겟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한식 위주로 집밥을 먹으며 살지만,
가끔은 이웃들 덕분에 잔치처럼 먹기도 한다.
좋은 이웃들을 만난 것도 감사하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료 중 하나인
전통 식혜가 먹고 싶어서 전통 식혜 메이킹을 사서
간단하게나마 식혜도 만들어봤다.
아이의 밥도 남편의 도시락도
건강하게 골고루 챙겨주고 싶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비타민과 유제품까지.
매 끼니마다는 아니더라도
삼시세끼 안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남은 날들도 그런대로 잘 먹고 지낼 것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무얼 먹어야 하나.